[연합이매진] 백두대간 숲 속에서의 힐링 체험
산림치유원 '다스림'은 외친다 "스트레스여~ 가라!"
(영주·예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국립산림치유원의 이름은 ‘다스림’이다.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와 생활습관을 다스려 심신을 치유하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 피톤치드 가득한 숲 속을 거닐고 다양하게 마련된 프로그램을 체험하다 보면 온몸이 이완되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파가 몰아치던 지난 1월 중순 오후. 소백산 자락 옥녀봉 아래에 알록달록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한 40~70대 여성 약 20명이 모였다.
다스림에서 진행하는 치유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오전에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사방은 차갑고 새하얀 겨울왕국으로 변해 있었다. 회색 구름 덮인 하늘에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 몸은 잔뜩 움츠러졌다.
“겁먹으실 필요 없습니다. 편안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걸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산림치유지도사의 말이 있었지만 지그재그로 놓인 비탈진 덱 길을 오르는 참가자들의 발은 눈에 도장이라도 찍는 듯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쉼터에 이르자 분위기가 삽시간에 달라졌다. 모두가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까르르 웃으며 소리를 내지르고, 어떤 이들은 눈 쌓인 바닥에 벌렁 드러눕기도 한다. 얼굴에는 아이 같은 순박한 미소가 한가득 담겨 있다.
◇ 그저 천천히 오르다가 내려오는 숲속 트레킹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에서 진행하는 1박 2일형 산림치유프로그램의 첫 과정은‘숲 건강 트레킹’이다. 다스림에 있는 9개 숲길 중 하나인 ‘마실치유숲길’에 있는 덱 로드(deck road)를 거닐며 맑은 공기를 들이켜고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다.
숲 건강 트레킹은 참가자 특성에 맞게 걷는 강도를 조절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그룹에는 고령자가 많아 걷는 속도가 한없이 여유로웠다. 천천히 거닐며 숲을 통과한 상쾌한 바람을 맞고 그윽한 나무 향기를 맡기만 하면 된다. 목표 지점이나 달성해야 하는 거리도 없다. 그저 천천히 오르다가 시간에 맞춰 내려오면 된다.
200~300여m마다 조성된 쉼터에서는 자연과 교감한다. 숲바람쉼터는 풍욕을 즐기는 곳. 사방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푸르뫼쉼터에서는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등 맞은편에 있는 소백산 봉우리 3개를 건너다볼 수 있다. 나무가 구부러져 자라는 이유를 배우고, 키 큰 나무에 둘러선 채로 눈을 감고 명상하며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시간도 갖는다.
2시간 동안 걸은 거리는 2㎞ 남짓. 발걸음은 가볍고, 가슴은 겨울 숲이 선사한 맑은 기운으로 가득해졌다.
◇ 첨단장비 이용한 특별한 치유 체험
숲 건강 트레킹을 마치고 방문한 곳은 건강증진센터. 혈압, 근력, 유연성 등 기초체력을 측정하고 맞춤형 근력 강화 운동을 한 이후 최첨단 치유장비 6종을 이용해 뭉친 근육을 풀고 혈액순환을 촉진할 수 있는 곳이다.
참가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치유장비가 있는 공간. 수압치유실에 있는 아쿠아마사지스파는 우주선 수면캡슐 같은 기기다. 기기에 엎드리자 뚜껑이 닫히고 이내 세찬 물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발바닥을 때린다. 분사구 28개를 통해 나오는 물줄기가 몸을 마사지하는 것이다. 물줄기는 발바닥에서 목까지, 또 목에서 발바닥까지 반복적으로 때리며 15분간 근육을 풀어준다. 수압치유실에는 따끈한 물침대에 누우면 물기둥이 이동하며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아쿠아라인이 있다.
건식치유실에서는 옷을 입은 채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5~25헤르츠(㎐) 음파를 이용하는 반식욕기에 들어가 앉으면 온몸으로 진동이 전해진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원적외선이 피부와 근신경계를 자극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음파치유실에는 음파 전신운동기와 음파 어쿠스틱 힐러가 있다. 음파 전신운동기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이 가능한 기기로, 10분간 이용하면 1시간 운동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또 음파 어쿠스틱 힐러는 음파로 전신을 마사지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피로에서 회복될 수 있게 한다.
하용태(36) 산림치유지도사는 “건강치유장비는 지압, 혈액순환, 다이어트, 힐링 등의 효과가 있는 기기”라며 “15분 정도씩 이용하면 평소 뭉친 근육이 이완되고 묵은 피로가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정식 조리 제철음식…"맛 좋아 과식 걱정"
식사는 수련센터에 있는 150석 규모 식당에서 제공된다. 이날 저녁 메뉴는 옥수수밥, 홍합무국, 배추전, 두부스테이크, 하루나유자청무침, 쇠고기 가지볶음, 포기김치. 후식으로는 아이스홍시와 둥굴레차가 준비됐다.
다스림 음식의 특징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가정식으로 조리한다는 점이다. 또 건강을 위해 싱겁게 조리한다. 옥수수, 홍합, 하루나는 제철 식재료이고 두부스테이크는 이곳 조리사가 직접 만든 것이다. 맛도 훌륭해 과식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박윤애(28) 식당매니저는 “가공식품을 최소화하고 가족을 위해 만들 듯이 몸에 좋고 짜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 후에는 식당 위층에 있는 콘퍼런스홀에서 요가가 진행된다. 일반적인 요가와는 달리 다양한 기구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로마오일을 이용해 손마사지를 한 후 요가 기본 동작으로 몸을 풀고 스파이키 트윈 롤러, 싯핏, 필라테스 롤러 등 소기구를 이용해 전신에 자극을 주고 근육을 이완시킨다. 1시간 30분간 진행된 요가가 끝나면 첫날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
◇ 노천탕 갖춘 수치유센터…"일본 온천 부럽지 않아요"
아침 식사 후 수치유센터로 이동했다. 이곳은 수압과 물의 흐름을 이용해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건강을 증진하는 공간이다. 일반 실내수영장처럼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해야 이용할 수 있다.
수치유프로그램은 바데풀에서의 준비운동으로 시작된다. 산림치유지도사의 동작과 구령에 맞춰 물속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무릎 들어 올리기, 제기차기, 다리 뒤로 접어 차올리기, 물속 걷기 등을 20여 분간 실시한다.
이후는 수압마사지 기기를 체험하는 시간이다. 버섯분수, 하리드로젯, 벤치젯, 넥샤워 등 10가지 수압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하용태(36) 산림치유지도사는 “수치유 프로그램은 근육 이완, 혈류 자극, 피로 해소, 스트레스 해소, 비만 완화,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치유센터에는 야외에 족욕장과 노천탕도 있다. 노천탕에서는 따끈한 물속에 몸을 담그고 하얀 눈 쌓인 산줄기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단원들과 워크숍으로 1박 2일형 프로그램에 참가한 서정교 중부대 대학특성화사업단(CK) 단장은 “트레킹을 하면서 숲 속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수치유센터는 일본 온천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 취향 따라 즐기는 9개 숲길
다스림은 1박 2일~2박 3일 단기 체류자를 위한 경북 영주 주치마을과 1주일~1개월 장기 체류자를 위한 예천의 문필마을로 구성돼 있다.
주치마을에는 신체 건강을 측정하고, 치유 장비를 체험할 수 있는 건강증진센터, 수압이나 부력을 이용해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치유센터가 있다. 문필마을에는 음이온 치유정원, 맨발치유정원, 향기치유정원, 산약초원 등이 있다. 물론 다스림 방문자는 두 마을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스림에는 총 50여㎞에 달하는 숲길도 있다. 경사가 완만한 마실치유숲길(5.9㎞), 예천곤충생태원을 지나는 문화탐방치유숲길(3.9㎞), 백두대간 능선을 넘는 마루금치유숲길(6.4㎞), 생강나무와 모감주나무가 군락을 이룬 황금빛 경관을 감상하는 금빛치유숲길(5.8㎞), 문필봉을 오르는 등산치유숲길(3.2㎞), 일광욕과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볕바라기치유숲길(5.9㎞), 등산과 산악마라톤을 할 수 있는 산악스포츠치유숲길(12.6㎞) 등이 조성돼 취향과 체력에 따라 선택해 숲을 즐길 수 있다.
숲에서는 명상, 해먹 체험, 족욕을 하는 오감테라피, 개인별 운동 강도를 설정해 목표 심박 수를 맞추는 오색트레킹과 건강트레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밖에 면역력과 근력을 강화하는 온코워킹, 고강도 걷기로 칼로리를 소모하는 파워워킹, 스틱을 이용해 걷는 노르딕워킹, 저녁에 숲 속을 걷고 향기치유요법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아로마나이트워킹 등이 있다. 아로마 향초나 디퓨저 만들기, 천연석고 방향제 제조, 아로마 건강 마사지 등 아로마테라피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 이용 정보
▲ 산림치유프로그램 = 당일형, 숙박형, 장기체류형으로 구분된다. 20명 이상 단체만 이용하는 당일형(1인 기준 2만7천원)은 숲에서의 운동치유와 수치유 2시간씩으로 구성된다. 숙박형은 6시간 프로그램이 있는 1박 2일형(2인실 2인 기준 주중 12만5천원/주말 14만4천원)과 12시간 프로그램이 있는 2박 3일형(25만원/28만9천원)이 있다. 장기체류형에는 1주일(38만4천원)ㆍ2주일(83만2천원)ㆍ1개월(185만6천원)형이 있다. 이용료에는 숙박과 식사가 포함돼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연령, 대상, 인원에 따라 산림치유지도사가 제안하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선택해 진행할 수 있다. 자유시간에 별도로 수치유센터나 치유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료는 수치유센터가 비수기 주중 1만2천원, 성수기와 주말 1만5천원이며, 치유 장비는 비수기 주중 1만원, 성수기와 주말 1만2천원이다.
▲ 숙소 = 주치마을과 문필마을에 2~6인실 펜션형 숙소 17실과 2~4인실 60실이 있다. 수련센터에는 단체 고객을 위한 2~4인실 콘도형 한식 숙소 35실이 있다. 펜션형은 목재와 황토로 마감한 친환경 숙소로 침대가 있는 객실은 문필마을에만 있다. 칫솔, 치약, 수건 등 세면도구는 개인별로 준비해야 한다. 객실에 모니터가 있지만 방송 프로그램은 볼 수 없다. 치유프로그램과 명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에어컨도 없지만 해발 400m에 위치해 한여름에도 시원한 편이다.
▲ 주의할 점은 = 취사, 음주, 흡연이 금지된다. 애완동물도 동반할 수 없다. 수치유센터 이용 시 수영복과 수영모를 착용해야 한다. 대여료는 수영복 3천원, 수영모 2천원이다. 식사는 사전 예약해야 하고 당일 식권 구입이나 취소는 안 된다.
◇ 주변 둘러볼 곳
▲ 부석사 = 신라 문무왕 16년(676)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고려 시대 건축물인 무량수전과 조사당, 소조여래상, 조사당벽화, 석등, 삼층석탑, 당간지주 등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려 주심포 양식 건물의 전형으로 꼽히는 무량수전은 꼭 필요한 부재로만 이뤄진 공포(貢包), 서까래를 드러낸 연등천장, 뚜렷한 곡선의 배흘림기둥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가을철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은행나무길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다.
▲ 소수서원 =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고려 후기 성리학자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1543년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다. 건립 당시 백운동서원으로 불리다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소수서원으로 사액됐다. 소수(紹修)는 ‘이미 무너진 학문을 다시 닦는다’란 뜻으로 학문 부흥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유생이 강의를 듣던 강학당, 기거하며 공부하던 학구재와 지락재, 안향ㆍ주세붕 등의 위패를 봉안한 문성공묘 등이 있다.
▲ 죽계구곡 = 소백산 초암사에서 삼괴정 근처까지 약 2㎞에 걸쳐 이어지는 계곡이다. 고려 충숙왕 때 문장가인 안축이 지은 ‘죽계별곡’의 배경이다. 또 퇴계 이황이 절경에 심취해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랫소리 같다”며 계곡마다 이름을 지은 곳으로 전해진다. 계곡의 맑은 물과 초록빛 울창한 숲, 하얀 바위가 어우러져 신선의 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영주시는 소수서원에서 죽계구곡까지 약 7㎞에 탐방로를 만들고 쉼터와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 회룡포 =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휘감아 돌아 모래사장을 만들고 안쪽에 마을이 들어선 곳이다. 물길이 닿지 않는 곳은 태백산 줄기가 막고 있어 물길을 건너야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철판으로 만든 다리가 놓여 있다. 회룡포 풍경은 인근 비룡산에 있는 회룡대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인근에는 의상대사의 제자인 운명선사가 세운 고찰, 장안사가 있다. 회룡포는 드라마 ‘가을동화’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 예천곤충생태원 = 곤충 관련 체험ㆍ학습ㆍ놀이 공간이다. 크게 곤충생태체험관, 곤충정원, 곤충생태원으로 구성돼 있다. 곤충생태체험관에는 곤충의 진화와 다양성에 대해 보여주는 곤충역사관, 곤충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곤충생태관, 곤충이 자원이 되는 세상을 소개하는 곤충자원관 등이 있다. 곤충생태원에서는 곤충 모양 정원에서 놀면서 곤충을 만나고 관찰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2월호 [치유공간]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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