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공백 1년…슈텐츠 "서울시향 안정화·국제화에 방점"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체제' 본격가동…20~21일 취임무대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그간 서울시향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서울시향의 장점에 집중해 오케스트라의 안정화와 세계 무대에서의 더 좋은 명성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서울시향 수석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52)는 17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열린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그간 서울시향이 국제무대에서 쌓아온 명성을 잘 알고 있다"며 "임기 3년 내 오케스트라가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향은 정명훈 전 예술감독 사퇴로 야기된 상임지휘자 공백을 메우고자 '2인의 수석객원지휘자 체제'라는 임시봉합 방법을 택했다.
수석객원지휘자는 차기 상임지휘자가 정식 부임할 때까지 서울시향의 기량을 유지시키고 안정적 지휘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독일 출신 슈텐츠와 함께 스위스 지휘자 티에리 피셔(60)가 수석객원지휘자를 맡아 올해 각각 4번, 8번 서울시향 무대에 오른다. 임기는 이달부터 2019년 12월까지다.
슈텐츠는 2015년 12월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며 이미 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본 바 있다.
그는 "당시 연주 때 서울시향 단원들의 높은 음악에 대한 이해도, 오케스트라에 대한 헌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그때의 생생한 기억을 토대로 서울시향의 수석객원지휘자 제안을 오랜 고민 없이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5년 12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사퇴로 인한 중심축 부재,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와 직원들과의 소송전 등 오케스트라 내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유료 티켓 판매율이 줄고 연주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벌써 나오는 상황이다.
슈텐츠는 이에 대해 "서울시향이 여러 일을 겪은 것을 알지만 세부 내용을 의도적으로 듣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서울시향의 미래 발전 방향, 더 수준 높은 공연에만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오는 20~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1번, 슈만 교향곡 2번 등을 연주한다.
그는 특히 스트라빈스키의 '장송적 노래'를 아시아 초연하게 된 기쁨을 강조했다.
1908년 작곡된 '장송적 노래'는 스트라빈스키가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 사망 후 그에게 헌정한 12분 길이의 오케스트라 곡. 이 곡의 악보는 1909년 1월 17일 러시아에서 한차례 연주된 뒤 러시아 혁명 등을 거치며 사라졌다가 2015년 가을 러시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원 서고에서 극적으로 발견됐다.
그는 "서울시향이 얼마나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이 곡을 연주하게 됐다는 사실을 꼽겠다"며 "재발견 이후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연주된 이후 이번이 처음 연주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메인 프로그램인 슈만 교향곡에 대해서는 "슈만의 자유로운 생각이 가득 담긴 곡"이라며 "음악의 다양한 색채와 명암을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향은 자문을 거쳐 선정한 10여명 안팎의 외국인 지휘자들을 올해 말까지 객원지휘자로 초청해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 뒤 차기 예술감독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