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문어발 연결·배전반 없고…'수산시장 불' 예고된 참변

입력 2017-01-17 11:45
전선 문어발 연결·배전반 없고…'수산시장 불' 예고된 참변

전기 시설 설치·관리 허술, 점검도 형식적

경찰 "과부하로 인한 단락이나 누전 가능성"

(여수=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전선 수십 개가 콘센트에 한꺼번에 연결됐고, 피복은 벗겨진 채 서로 얽혀있었다. 과부하를 막을 수 있는 배전반은 설치조차 안 됐다."



15일 새벽 설 명절을 앞두고 100개가 넘는 점포가 피해를 본 전남 여수수산시장 화재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게 조사 당국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기 시설 설치·관리는 엉망이었고, 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전남 여수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처음 시작된 시장 가운데 쪽 한 점포는 주변 점포 7개와 함께 전기를 사용했다.

벽기둥에 설치된 콘센트에는 점포 8개마다 2∼3개씩 총 20개의 전선이 한꺼번에 연결됐다.

수족관과 냉장 시설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전원을 연결하고 있었다.

여러 개의 전선이 한꺼번에 연결됐기 때문에 전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배전반이 필요했지만 설치되지 않았다.

이 시장에는 설치된 배전반이 전혀 없었고 다른 점포도 벽이나 바닥에 콘센트를 설치하고 한꺼번에 전선을 연결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습기가 많아 전기 문제로 인한 화재 위험성이 컸지만 시장 곳곳에서 피복이 벗겨져 절연 테이프를 감은 낡은 전선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등 관리도 엉망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처음 불이 난 점포들로 연결되는 전선 가운데 다수에서 단락흔(끊어진 흔적)을 발견했다.

한꺼번에 전기를 사용하면서 과부하가 걸렸고 이로 인해 단락이 발생했을 수 있다.

평소 전선 상태가 불량해 누전(절연이 불완전해 전기 일부가 전선에서 새어 나오는 현상)으로 인해 불이 났을 수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과부하로 인해 단락이나 누전이 일어났고 이때 발생한 불꽃이 먼지나 주변 가연성 물품에 튀면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옆 점포와 가연성 소재의 물품으로 옮겨붙었고 슬래브 재질의 낮은 구조의 천장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다. 바다 쪽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급속하게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점검을 했지만 이 같은 부실은 개선되지 않았다.

여수시, 여수소방서, 전기안전 대행업체, 상인회 등은 지난달 2∼5일 이 시장에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했지만 전기시설에 대한 지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17일 "대부분 전통시장에서는 전선을 한꺼번에 연결해 사용하고 비용 문제를 들어 배전반을 설치조차 않는다"면서 "강제 사항도 아니어서 지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제도 개선과 상인들의 의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같은 화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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