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 어쩌나…시드니 공동주택 소리 없는 전쟁중

입력 2017-01-17 11:18
개 짖는 소리 어쩌나…시드니 공동주택 소리 없는 전쟁중

애완견 분쟁 급증세…개 키우기 쉬워져 갈등 확산 우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시드니에 개발 열기와 함께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이 곳곳에 크게 늘면서 이웃 간에 개 짖는 소리로 인한 갈등도 커가고 있다.

주인도 없는 사이 애완견이 짖어대는 바람에 쪽지로 항의하거나 관할 관청에 민원을 넣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시드니 도심업무지구 서쪽의 이너 웨스트 지역에서만 지난 3년간 4천500명이 애완견 문제에 대해 조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매월 125건, 매주로는 30건 정도다.

시드니 시당국 차원에서는 현재 매달 90건의 개 관련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지금도 사정이 악화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개월 후 이런 민원이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17일 보도했다.

최근 공동주택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관리사무소 측이 개를 키우는 것을 더는 기계적으로 막을 수 없게 돼 아파트 세입자들이 개를 키우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법 개정과 관련해 애완견 실태조사를 한 마크 맥크린들은 "개들은 언제나 교외 생활 풍경의 일부였고, 호주인의 삶과 항상 같이했다"며 "그러나 현재 달라진 점은 인구 밀집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대지는 점점 좁아지고, 공동주택 생활은 더 일반적이 돼 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발코니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애완동물을 갖기를 원하는 등 교외 생활을 그대로 가져오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호주 전체 가구의 거의 40%는 개를 가족의 일원으로 넣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구 대부분은 개를 홀로 남기고 일을 하러 가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견주들이 자신들의 개가 쉼 없이 짖어대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웃들은 이를 고통 속에 감내해야 하는 사정으로 몰리고 있다.

이너 웨스트의 라이하르트 지역의 경우 개와 관련한 분쟁 때문에 민원실에 걸려오는 전화는 연간 1천 건에 이른다. 인근 매릭빌도 연간 450건 수준이다.

화를 참지 못한 주민 일부는 직접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향기를 애완견에 분사해 계속 짖는 것을 막는 제품을 넌즈시 소개하는 쪽지나 "더는 참을 수 없으니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쪽지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밖에 한 나무 기둥에는 "이 공공장소는 강아지 화장실이 아니니, 제발 개똥을 처리해라"라고 요구하는 글도 붙어있다.

사정이 이렇자 강아지를 훈련해 이웃들의 민원을 해결하는 업종이 성업을 이루고 있다.

시드니 남부의 울릉공에서 27년 전 사업이 시작된 '바크 버스터스'는 현재 전 세계에 분점을 두는 식으로 성장했다.

이 업체 간부인 발 에드워즈는 "많은 견주가 자신의 부재중에 개들이 짖어대는 것을 모르는 사이, 다른 많은 이들은 고통을 겪는 일이 늘고 있다"며 개가 스스로 고칠 수 없는 만큼 견주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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