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고있는' 미르·K재단 출연 대기업들…특검 "선별 수사 방침"
뇌물 적용 관건은 '부정 청탁'…롯데·SK·CJ·부영 등 우선 거론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사)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그룹이 출연한 204억원을 제3자 뇌물 액수로 산정함에 따라 다른 출연 기업의 수사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작년 10월과 작년 1월에 각각 설립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모두 53개, 액수는 774억원에 달한다.
앞서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러한 재단 출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등이 공모해 기업들을 압박한 결과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특검은 기업들을 단순히 '강요 피해자'로 볼 수만은 없다는 전제 아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경영 현안 해결과 출연금 제공 사이에 대가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재단 출연금에 제3자 뇌물공여죄를 적용한 것도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연 기업 전부를 같은 혐의 선상에 놓고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뇌물죄 정황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 기업과 순수 출연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특검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삼성 다음 수사 대상과 범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17일 "재단 출연 기업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폭넓게 수사를 진행하되 입건 범위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부정한 청탁' 규명 여부다. 제3자 뇌물은 공여자쪽의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만 성립한다.
삼성의 경우에도 이 부회장이 최씨측에 지원을 약속한 전후로 박 대통령에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한 것으로 특검은 판단했다.
이런 점에서 특검의 다음 수사 타깃으로는 SK와 롯데, CJ 등이 거론된다.
SK와 롯데는 재단에 각각 111억원, 45억원을 출연했다. 특검은 이러한 출연 결정이 이뤄질 즈음 최태원 회장 사면(SK)과 면세점 사업 인허가(롯데) 등의 현안이 걸려있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두 기업이 당면 과제의 원활한 해결을 청탁하며 출연을 약속했다면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들 기업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지원 요구를 받았다는 점도 수사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롯데는 올 5월 70억원을 후원했다가 신동빈 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 비리를 겨냥한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80억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은 SK는 30억원으로 축소 제안했다가 종국에는 추가 지원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
이러한 추가 지원은 최씨측이 직접 해당 기업과 '직거래'를 시도한 정황이다. 삼성이 코레스포츠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후원한 것과 일견 비슷한 구도로 읽힐 수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특검이 일반 뇌물죄를 검토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CJ 역시 재단에 출연한 13억원이 작년 이재현 회장의 8·15 광복절 특별 사면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롯데·SK·CJ의 숙원은 모두 해결됐다.
이외에 부영그룹도 제3자 뇌물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영은 재단에 3억원을 출연하는 과정에 세무조사 무마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기업은 탈세 등의 혐의로 고발돼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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