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감독에 이어 단장까지…은퇴 후 더 화려한 염경엽 SK 단장
현역 시절 타율 1할대 타자…프런트 직원으로 시작해 감독·단장까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염경엽(49) SK 와이번스 단장은 "선수로 뛸 때 김성근 감독님을 만났다면 야구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나는 너무 게을렀다"고 현역 시절을 돌아봤다.
선수로 뛴 10년 동안 그는 백업 선수로만 뛰었다.
그러나 은퇴 후 염 감독의 이력은 점점 화려해졌다.
프런트 직원으로 새 출발 한 그는, 운영팀장을 거쳐 코치가 되더니 1군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계약 기간을 채우고 팀을 떠났지만, 곧바로 구단을 이끄는 단장이 됐다.
SK는 17일 "염경엽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단장으로 선임한다"고 했다.
광주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내야수 염경엽'은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대표팀에서 뽑혔지만, 프로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결국 그는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은퇴했다. 통산 기록은 타율 0.195, 5홈런, 110타점이다.
은퇴 후 현대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한 그는 매니저로 선수단을 뒷바라지하고 2군 수비 코치로 뛰며 조금씩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LG 트윈스로 이직해 스카우트가 된 그는 운영팀장으로 올라섰다.
2011년에는 LG 수비 코치로 뛰었지만, 당시 그는 "언젠가는 단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그런데 '감독'이 먼저 됐다.
2012년 넥센 수비 코치로 이동한 그는 2013년, 넥센 1군 사령탑에 올랐다. 야구계가 놀란 파격 인사였다.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다.
부임 첫해 팀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고,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넥센은 가을 무대를 밟았다.
그 사이 넥센 출신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경사도 있었다.
'무명 선수'였던 염 단장은 약체로 꼽히던 넥센을 강팀으로 만들면서 '뛰어난 감독'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염 단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한 뒤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중에도 "염 감독이 SK 감독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일었고, 염 감독과 넥센 프런트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구단은 상의하지 않고 준플레이오프 종료 후 패장 인터뷰에서 사퇴를 선언한 염 감독의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SK가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염경엽 감독 SK 이적설'은 잦아들었다.
그러나 SK는 민경삼 전 단장이 떠난 자리에 염경엽 전 감독은 앉혔다. 뒷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염 단장은 박종훈 한화 이글스 단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군 사령탑 출신 단장이 됐다.
"프런트 수장으로 팀을 운영해보고 싶다"던 염 단장이 꿈을 이뤘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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