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블랙리스트 중대범죄"…김기춘·조윤선 영장 청구 방침
'사상·표현·언론의 자유 침해' 엄중 처벌키로…朴대통령 관여 의혹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보배 기자 =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7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약 30분 간격으로 특검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잇달아 도착했다. 두 사람은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특검팀은 이들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솎아내기 위한 블랙리스트 작성·전달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블랙리스트는 상당 기간 업데이트 과정을 거쳤고 명단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약 1만명에 달한다.
특검팀은 김 전 장관과 조 장관을 강도 높게 조사한 다음, 일단 귀가시키고 조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구속 수사 추진은 이들의 죄질이 나쁘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청와대와 문체부가 비밀리에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문화·예술 창작에 개입한 것은 대한민국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범죄라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권위주의 국가나 독재 국가와 같이 문화·예술을 정권의 프로파간다(선전)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로 본 것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라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12일 구속한 상태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국회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해 강하게 부인한 점에도 특검팀은 주목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작년 12월 7일 국조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질의에 "블랙리스트니, 좌파를 어떻게 하라 저는 그런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이 재직 시절 김종덕 전 장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에 관한 보고를 받은 정황을 비롯해 다수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 등에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적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으나 이달 9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서는 "예술인들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뒤늦게 리스트의 존재를 시인했다.
특검의 칼끝은 결국 박 대통령을 겨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5일 "박 대통령이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의혹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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