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군사제국' 해외 미군기지…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입력 2017-01-17 09:31
'거대한 군사제국' 해외 미군기지…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09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 있는 미군 기지는 700곳이 넘는다. 이곳에는 14만명에 이르는 군인과 이와 맞먹는 규모의 가족들, 2만명 정도의 군무원과 7만2천여명의 기타 인력들이 복무하고 있다.

주둔국지위협정(SOFA)을 통해 치외법권을 인정받는 미군 기지에서는 미군과 현지 민간인들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복잡한 인종, 계급, 성(性)의 문제가 발생한다.

신간 '오버 데어: 2차 세계대전부터 현재까지 미군 제국과 함께 살아온 삶'(그린비 펴냄)은 미국 본토 외부에 배치된 미군의 90%가 있는 한국과 일본(오키나와), 독일(서독)의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미군 성매매와 이에 대한 지역 엘리트와 미군의 대응, 미군과 주둔사회 간 상호관계 등에 관한 논문을 묶은 책이다.

저자들은 미군 기지를 미국 군사제국의 팽창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 미국이 자신의 국제적 위치를 유지하는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군 기지를 통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해외 미군 기지는 나라마다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책은 한국의 미군기지가 미국의 신식민주의 경향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곳으로 본다.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인 카투사(KATUSA) 역시 19세기 유럽 식민주의 군대가 원주민 군대를 배치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분석한다.

미군 배치에서도 한국과 다른 나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에는 주로 젊고 독신인 남성을 1년간 배치하는 반면 일본과 독일에는 주로 2∼3년간 복무 기간을 부여받은 군인을 배치한다.

가족과 함께 좀 더 긴 복무 기간을 예상하고 배치된 군인들은 그렇지 않은 군인들보다 기지 주변 주민들과 훨씬 더 '정상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군인 배치 패턴은 미군과 주둔국 사회 간에 성적·젠더 관계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런 '차별'은 해외 주둔 미군 사이에서 일어나는 흑인과 백인 병사 간 인종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은 서독 주둔 미군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제기되자 군대 내 제도화된 인종차별이나 인종 분리를 조장하는 군대 내 합의를 면밀히 검토해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 주둔 미군의 인종갈등에 대해서는 한국의 성(性) 노동자들이 흑인 병사들에게 성 접대를 거부한 데 갈등의 주요 원인이 있다고 보고 흑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식으로 일차원적 해결에 나섰다.

역사학과 인류학, 사회학, 젠더학 등을 전공한 교수 8명이 쓴 글을 미국 바사대 문승숙(사회학)· 마리아 혼(역사학) 교수가 엮었다.

이현숙 옮김. 688쪽. 3만7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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