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상대 한센인 소송 재일동포 김태구옹 별세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한센인을 강제 격리했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이끌었던 재일동포 김태구(90)옹이 작년 11월 19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6일 보도했다.
12살 때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해방 후 오사카(大阪)에서 대학 재학 중 한센병에 걸려 오카야마(岡山) 현 나카지마 아이세엔(長刀 愛生園)에 강제 격리됐다.
나카지마 아이세엔은 한국의 소록도 병원처럼 한센병 환자 치료와 격리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그는 이곳에 격리돼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아이를 갖지 못하게 하는 정책에 따라 자녀도 없었으며 아내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격리 반세기가 지난 뒤인 1999년 그는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결국 이겼다. 이후에는 강연 등으로 한센병 환자들을 도왔고 비슷한 피해를 겪은 한국과 대만 등의 환자들을 지원했다.
나카지마 아이세엔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는 운동을 펼친 그는 말년에도 지역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격려했다. 빈소가 마련된 나카지마 아이세엔에는 조문객들이 이어졌다.
유골 중 일부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청소년들이 보낸 편지와 같이 고향인 경상남도 합천에 묻혔다.
그는 생전에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지 않고 주위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며 "사람이기 때문에 다름이 있다. 국적, 민족, 병 등으로 사람의 우열을 나누는 것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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