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사건 조작' 수사관 "고문 안했다" 위증…3천만원 배상

입력 2017-01-16 20:15
'간첩 사건 조작' 수사관 "고문 안했다" 위증…3천만원 배상

법원 "재판서 위증해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 줬다"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1980년대 간첩 사건 수사관이 법정에서 "고문 안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법원이 위증죄가 인정된다며 피해자에게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단독11부 김은성 판사는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피해자 윤모씨가 당시 국군보안사령부 수사 책임자였던 고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씨의 위증으로 윤씨가 정신적 피해를 봤으니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재일동포 윤씨는 1984년 8월 보안사에 의해 서울 송파구 장지동 분실로 연행됐다. 당시 윤씨는 구금 조사를 받는 중 몽둥이로 맞고 물고문을 받다가 결국 간첩이라는 허위 자백을 했다.

윤씨는 1985년 재판을 받으려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출석 당일에도 보안사 요원으로부터 진술을 번복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윤씨는 그해 11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징역 7년을 선고받아 1988년 6월 가석방됐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08년 윤씨의 신청으로 진상 조사가 시작됐고, 진실화해위원회는 불법감금과 가혹 행위 등으로 당시 사건이 허위 조작됐다는 취지의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2010년 윤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중앙지법은 윤씨의 자백 진술을 받아내려고 고문과 가혹 행위를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윤씨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상고로 이뤄진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2010년 재판과정에서 검사가 신청한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는 "윤씨에게 구타나 협박 등 가혹 행위를 한 사실이 없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허위사실을 강요하거나 유도한 사실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답했고, 구타와 고문 사실도 부인했다.

하지만 동부지법 재판부는 "보안사에서 윤씨에 대한 고문이 이뤄질 당시 고씨가 직접 고문에 가담하거나 적어도 수사관들에게 고문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증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씨의 허위 진술로 윤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었고 윤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인정되기 때문에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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