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너무 다른 트럼프, 메르켈에 '소나기 펀치'
난민정책 '잘못' 7차례 사용, 존경 표하면서도 혹평
냉랭한 美-獨관계, 순탄하지 않은 美-EU관계 전망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냉전 시기 미국 데탕트 외교와 국제질서 대변화를 주도한 '외교의 달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어느 순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미국 대통령이) 유럽과 대화하고 싶을 때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는가?"
유럽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독일 대중지 빌트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그의 뉴욕사무실에서 합동 인터뷰할 때 카이 디크만 빌트 발행인이 키신저 전 장관의 이 말을 옮기며 트럼프 당선인에게 물었다.
16일(현지시간) 자 빌트에 실린 문답을 보면, 디크만 발행인이 "누구 전화번호로 전화하겠는가"라고 묻자 트럼프 당선인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라는 대답을 기대한 질문임을 눈치채고는 메르켈 총리와 유럽연합(EU)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메르켈이 (세계의) 가장 중요한 정부수반들 중에서도 현저하게 중요한 한 사람이라고 말하겠다"고 답하고서 묻지도 않은 EU로 화제를 돌려 "영국을 보라, 그리고 EU를 보라"면서 "EU는 독일이다. EU는 독일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고는 영국의 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를 "현명한 결정"이라고 보는 자신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재차 브렉시트 결정 이후의 상황을 두고 "잘 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디크만 발행인에게 "메르켈 총리는 잘 지내고 있느냐"라고 안부를 묻는 걸 잊지 않은 트럼프 당선인이지만, 이미 메르켈 총리의 '레거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개방적 난민정책에 대해서는 혹평을 쏟아냈다.
임기말 고별 방문지로 베를린을 찾아 총리직 4연임 도전에 나선 메르켈 총리를 만나서 "나라면 메르켈 총리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고 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미국의 차기 대통령 트럼프 당선인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신도 오바마처럼 메르켈에게 표를 주겠느냐"라는 질문에 "글쎄, 일단 나는 (오는 9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모르고, 또한 메르켈 역시 모를 뿐 아니라 그를 만난 적도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가 훌륭한 지도자라는 느낌이 있지만, 그러나 그는 최악의 재앙적 실수를 했다"고 말하고 "모든 불법자를 독일로 유입되도록 허용한 것"이라며 메르켈표 난민정책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혔다.
조부가 독일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면서도 앞서 문답에서 독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거나, 독일은 자신에게 전적으로 특별한 그 무엇이라고 말한 것처럼 메르켈 총리에 대해서도 "존경하고, 좋아한다"라고 호감을 거듭 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나 어디 출신인지 아무도 모르는 난민을 받아들인 것은 "큰 실수였다"고 또 지적하는 등 모두 7차례 '실수(잘못·mistak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특히, "사람들이란 실수를 하는 것이지만, 그건 아주 큰 실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고도 말하고 독일로 가장 많은 난민 유입 부담을 안긴 시리아에 '안보(안전) 구역'을 둬 난민 문제에 대응했어야 대가를 덜 치렀을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신에게 전형적인 독일다움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나는 '질서정연함'(orderliness)을 선호하고, 힘(strength)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앞서 일요신문 빌트암존탁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니트를 통해 조사한 결과로는 응답자의 68%가 트럼프 취임이 미-독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 전망했다. 반대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쪽은 16%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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