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적금까지 깼는데, 은행 빚 금리는 또 올라…로또만이 답?
시중은행 작년 적금해지율 45%…보험해지도 역대 최대 규모일 듯
주택대출 금리 내일 또 올라…작년 로또 판매량 사상 최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보험과 적금에 대한 해약이 지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불경기인데 물가는 야속하게도 계속 오름세다.
60개월째 떨어지던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잔액 코픽스)마저 하락세를 멈췄다. 신속하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신규코픽스는 넉 달째 오르고 있다.
조만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여러 경제 지표는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걸 보여준다. 어쩌면 서민들이 믿을 건 이제 '한방'뿐이다. 로또 판매량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6일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고객들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작년 말 45.3%로, 전년 말 42.4%보다 2.9%포인트 올랐다.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만기가 도래해 해지한 경우를 포함한 전체 해지 건수 가운데 만기 이전에 중도해지한 건의 비중을 계산한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가계는 장기적으로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할 때에는 보험을 먼저 해약한다. 이후 펀드 납입 중단, 적금 해약 순으로 금융자산을 정리한다.
실제로 경제가 어려워질 때 가계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보험의 경우, 몇 년째 해약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작년 3분기까지 41개 생명·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22조9천904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총 해지 환급금 규모는 2014년부터 3년 연속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이던 2008년(22조9천억원)을 넘는 역대 최고액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적금과 보험 해지가 늘어나는 건 경기가 그만큼 안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0.1% 줄었다. 설을 앞두고 물가도 오름세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라면, 콜라, 맥주 등의 가격이 5~10% 올랐다. 소면·시리얼·건전지·빙과·과자 등의 가격도 최근 6개월 사이 20~30% 뛴 상태다.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데 유가도 급등세다. 올해 들어 서울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년 4개월 만에 리터(ℓ)당 1천600원을 돌파했다.
금리도 인상 폭을 키울 조짐이다. 2012년 11월 이후 5년 동안 떨어졌던 잔액코픽스가 지난달 하락세를 멈췄다. 지난해 12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1.62%로 전월인 11월과 같은 보합세를 보였다.
시장금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신규코픽스는 넉 달째 올랐다. 코픽스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역할을 한다.
5대 은행의 평균금리는 지난 8월 2.74%에서 11월 3.28%로 석 달 만에 0.54%포인트나 올랐다. 신규 코픽스가 올랐기 때문에 당장 17일부터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다. 설을 앞두고 금리마저 오르는 셈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이런 씁쓸한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은 로또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로또복권 판매량은 35억5천여 게임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보다 9%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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