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대] 북미관계 '살얼음판 수싸움'…대북 군사옵션 부활하나

입력 2017-01-18 12:01
수정 2017-01-18 12:15
[트럼프시대] 북미관계 '살얼음판 수싸움'…대북 군사옵션 부활하나

北, 일단 관망…한미연합훈련 계기 ICBM 발사 등 도발이 '변곡점'

트럼프측 대북 군사옵션 거론…"北·中겨냥 세컨더리보이콧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이봉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미 관계는 당분간 팽팽한 긴장 속에서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는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북한은 미국 신행정부에 당장 '대화'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은 낮은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 등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간보기'를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18일 "북한의 ICBM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설정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북한식 메시지 전달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직접적인 도발과 자극을 자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그 이후 구체적으로 나타날 대북정책을 지켜보는 관망모드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 마감단계"라고 밝힌 이후 북한 매체들이 앞다퉈 '시험발사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관심 끌기 또는 기싸움 유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국방차관 출신의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도 "김정은-트럼프의 담력 대결이 미국의 대북정책이 확실히 고착될 것으로 보이는 향후 6개월가량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북미는 당분간 국면 전환을 위한 전략적인 관측 속에서 관망·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탐색의 1차적 분수령은 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이 될 것"이라며 "현재부터 약 6개월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좀 더 기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시간 끌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트럼프의 '용단'을 촉구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유도해 나가기 위해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거나 3월 한미연합훈련을 계기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방향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생일 75돌(2월 16일), 김일성 생일 105돌(4월 15일) 등 북한내 정치행사 일정을 고려할 때 늦어도 4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큰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이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임수호 통일국제협력팀장 "북한은 과거 내부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 도발을 통해 관심을 밖으로 돌리곤 했다"며 "중국으로 석탄 수출이 가로막혀 외화 획득에 차질을 빚게 되면 관심사를 밖으로 돌리기 위해 고강도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 발사나 6차 핵실험 등 튀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미국은 채찍을 더욱 세게 휘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각료로 내정된 측근들의 입에서 대북 선제공격 등 '군사적 옵션'도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미친개'(Mad Dog)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12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대북군사력 사용, 즉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원 군사위원회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설을 격퇴할 능력을 주한미군이 갖추기 위해 취할 조치를 보고하라'는 군사위 요구에 대해 이를 이행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2000년 개혁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 핵 원자로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어서 미국의 군사적 옵션은 당분간 북한을 다룰 핵심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대북 채찍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행한 수준 못지않은 강력한 제재도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확대 가능성이 예견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내정자인 렉스 틸러슨은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이 단지 제재이행을 피하려고 북한의 개혁(핵포기) 압박 약속을 한 것과 같은 빈 약속들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약 중국이 유엔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그것(세컨더리 보이콧)이 중국이 지키도록 하는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중국이 가장 아파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 등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것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대다수가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한반도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다수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이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도 '2017 국제정세전망' 자료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적 성향과 북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고려할 경우 미·북 양자대화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트럼프 신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와 같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망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