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머나먼 반도체 굴기…"170조원 퍼붓지만 美 견제로 삐걱"

입력 2017-01-16 17:02
中 머나먼 반도체 굴기…"170조원 퍼붓지만 美 견제로 삐걱"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강력한 견제로 순탄치 않을 전망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중국이 1천500억 달러(약 177조원)의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육성에 나선 것은 높은 해외 의존도, 미국이 공급을 차단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석유 수입액을 능가한다. 컨설팅업체인 베인 앤드 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소비량은 1천억 달러(약 118조원)로, 글로벌 출하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량은 금액 기준으로 6~7%에 불과하다.

중국 정부는 수출과 수입의 엄청난 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반도체 회사를 육성하지 못한 채 군소 업체들만 양산했을 뿐이다. 맥킨지 컨설팅은 중국 정부가 한때는 무려 15개 성, 130개의 반도체 조립공장에 투자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번스타인 증권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인 마크 리는 중국 정부가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도 얻었다고 지적하면서 홍콩과 뉴욕 증시에 동시에 상장된 반도체 회사 SMIC를 상기시켰다.

SMIC는 초기에 최고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가공생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첨단 장비에 과도하게 투자했고 그 때문에 손실을 키우고 말았다.

SMIC가 그후 파운드리 업계의 1위인 대만 TSMC를 바짝 추격하는 전략으로 선회했고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도 축소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었다는 것이 마크 리의 설명이다.

리서치 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SMIC는 2015년 매출 기준으로 세계 5위의 파운드리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통신과 소비자 가전제품용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증시에서도 SMIC는 대접받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27%가 상승해 홍콩 증시의 벤치마크인 항셍 지수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MIC를 분석하는 28명의 애널리스트 가운데 22명이 매수를 추천하고 있고 매도 의견을 낸 사람은 단 1명도 없다.

SMIC보다 더욱 야심 찬 목표를 추구하는 중국 반도체 회사는 칭화유니 그룹으로, 지난해 7월 자체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국유기업인 XMC와 통합하면서 일단 덩치를 키웠다.

칭화유니 그룹은 첨단 기술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는데 애쓰고 있다.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칭화유니그룹은 마이크론에 230억 달러의 인수 가격을 제시했지만 미국 당국이 이를 저지해 뜻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페어차일드 세미컨덕터도 지난해 2월 중국 국유기업들로부터 26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의를 받았으나 당국의 제동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말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처럼 해외 기업의 인수가 차질을 빚으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글로벌 강국이 되려는 중국의 노력도 암초를 만난 셈이라고 보고 있다.

번스타인 증권의 마크 리는 미국 기업 인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물론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 인수가 좌절된 사례에서 보듯 유럽 기업 인수도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로저 성은 인수나 합작을 통한 기술 획득이 없다면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도 고성능 프로세서나 D램, 플래시 메모리 제품을 생산할 능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케빈 미헌 아시아 지역 IT 담당 부장은 중국 기업들이 생산량 측면에서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첨단 기술을 얻을 확실한 통로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나름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 반도체 업계에 악영향을 주며 미국의 기술적 우위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흥정책이 반도체 부문의 혁신과 미국의 국익에 실질적 위협을 제기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천500억 달러를 투입해 국산 반도체 비율을 70%로 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구체적 플랜은 보이지 않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제조시설을 설치하거나 중국 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는 것은 모멘텀이 될 수 있고 중국도 풍부한 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몇가지 전략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과학기술자문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국산 제품만 이용하도록 강요, 혹은 권장하거나 시장 접근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대가로 외국 기업들에 기술 이전을 재촉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태양광 패널에서 보듯 반도체 시장에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라는 추가적 리스크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미국 제조업체들에 공정한 경쟁 여건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4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이처럼 고율의 관세를 도입하는 것은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합작기업을 운영하거나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퀄컴, 인텔, 삼성 등의 다국적 반도체회사들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

베인 앤드 컴퍼니의 미헌 부장은 중국이 PC에서는 신속하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과거보다는 근접한 것이 분명하지만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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