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시 '삼성 비상경영체제'는
오너십-미전실-전문경영인 삼각체제 중 한축 붕괴
신규 투자 등 주요결정 유보한 채 현상유지 할 듯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구속되는 유고 사태가 발생하면 삼성그룹의 리더십은 어떻게 될까.
16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그룹 삼성은 흔히 오너십과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옛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계열사 전문경영인 체제의 삼각편대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이중 한 축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는 단순히 한 축의 붕괴가 아니라 방향타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표현했다. 현상 유지와 관리 외에는 오너 같은 과단성 있는 결정은 누구도 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부재 사태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는 각각의 전문경영인이 이끌어가되, 그룹 전반과 관련한 사안은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CEO들이 집단협의체 방식으로 결정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부회장이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를 약속했던 미래전략실은 한동안 존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수 유고 사태를 맞게 된다면 컨트롤타워가 불가피하게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으면서 4인 대표이사 체제가 구축된 삼성전자는 한동안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3명이 각각 부품(DS)과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부문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굴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차세대 사업과 관련한 인수합병(M&A)이나 사업재편 작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도 미뤄지게 됐다.
애초 6개월 이내에 로드맵을 그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총수의 부재가 현실화하면 오는 5월 전에 밑그림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삼성은 2008년 4월에 이건희 회장이 조준웅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 직함을 내려놓는 상황을 맞은 바 있다.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하기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으나 그룹의 미래가 걸린 '5대 신수종 사업(태양광, LED, 2차전지,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선정 등이 늦어지게 됐고, 그 바람에 태양광과 LED 분야는 중국 업체 등에 따라잡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이번 특검 수사와 관련, 일부 외신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008770] 사장을 중심으로 리더십이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으나 삼성은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3년째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 수감된다면 그룹 리더십은 삼성가(家)의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없을 것이라고 삼성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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