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지킴이' 지율 스님의 오지 마을 산막일지

입력 2017-01-16 15:16
'도롱뇽 지킴이' 지율 스님의 오지 마을 산막일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천성산 도롱뇽 지킴이' 지율 스님이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 산막에서의 삶을 기록한 에세이집을 펴냈다.

'양지 마을', '구릉 마을' 혹은 '황토목'으로도 불리는 이 마을은 총가구 수가 10가구뿐인 깊은 산 오지 마을이다.

스님이 이 마을에 흘러든 것은 천성산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단식을 마친 뒤인 2006년이었다. 스님은 천성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 터널 건설 반대를 주장하며 2003년부터 2006년 1월까지 총 5차례 단식 농성을 했다.

오랜 단식을 끝내고 걸음조차 옮기지 못했던 스님은 이 마을에 들어와 죽음의 문턱을 벗어나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스님의 문 앞에 슬그머니 음식을 놓고 가고, 어설픈 텃밭 농사를 거들어주는 어르신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보살핌에 스님은 조금씩 '외지인'에서 '마을 사람'이 되어간다.

스님은 "처음에는 그저 일을 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진 내 삶을 돌아보겠다고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이 나를 돌보고 있다"며 "쉴 틈 없이 돋아나는 봄풀처럼 산막의 일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땅에 사랑하는 사람의 옷을 뜨개질하는 여유와 정성 같은 것을 들이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는 마을 어르신들이 예전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율 스님은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농사 일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아울러 삼십오 년 동안 마을 살림살이를 수첩에 적어온 이장님, 늘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며 사탕이 입안에서 녹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나무' 할아버지, 당뇨로 시력을 잃고도 여전히 나무를 하고 밭일을 하는 '자야' 아재, 도시에 나갔다가 팔 하나를 잃고 고향에 돌아온 '호영이' 총각 등 마을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애정이 어린 눈길로 묘사하고 있다.

스님은 "닷새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오던 오지 마을의 이야기이며, 소농들의 농사일지"라며 "비록 표현이 어눌하고 매끄럽지는 않지만 산비탈에 엎드려 땅을 일구고 살아가는 분들의 소박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고,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는 고향 소식으로 전해지면 좋겠고, 고향으로 발걸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고 머리말에 적었다.

사계절. 296쪽. 1만5천800원.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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