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하던' 재계,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 '충격'(종합)

입력 2017-01-16 15:06
수정 2017-01-16 15:23
'설마 하던' 재계, 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 '충격'(종합)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설마 하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재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매출 300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기업집단, 삼성의 총수가 재계의 많은 우려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속 위기에 몰리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다.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SK그룹, 롯데그룹 등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만큼 이 부회장 영장 청구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지 못한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반응만 보이고 있다.

각 그룹의 수뇌부와 법무팀은 특검의 칼날이 언제쯤, 어느 정도 강도로 다음 기업을 향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삼성에 이어 SK그룹, 롯데그룹 등에 대한 수사까지 본격화하면 관련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사법부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구속땐 경제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2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SK그룹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짐에도 최근 SK텔레콤[01767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반도체 산업 호황기'를 맞은 SK하이닉스[000660]도 6~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 수사의 칼날이 그룹 수뇌부에 이어 최태원 회장에게까지 미치면 이 같은 경영 계획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5년간 40조원 투자와 7만명 신규 채용' 등을 추진하는 롯데그룹에도 여러 현안이 쌓여있는 상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달 초 신년사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검팀은 수사 확대를 염두에 두고 이미 최태원 SK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롯데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각각 111억원, 45억원을 출연했다. 당시 SK는 최태원 회장 사면,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라는 현안이 맞물려 있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SK와 롯데에 현안 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렸다.

SK는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서로 연관이 없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특검의 수사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롯데도 '면세점 특혜' 의혹과 관련, "특혜는 커녕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한데다, 지난해 서울 신규 면세점 추가 승인 가능성도 신동빈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3월 14일)보다 앞선 3월초부터 이미 언론 등에서 거론돼온 만큼 독대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CJ, 부영 등 다른 대기업들도 특검 수사가 어느 정도로 확대될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의는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 명의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입장 자료를 통해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부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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