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화물기, 키르기스 민가 추락…"승무원·주민 등 37명 사망"(종합3보)
홍콩발 이스탄불行, 중간급유지 키르기스 마나스공항 인근 마을 덮쳐
당국 "악천후·조종사 실수 유력 원인으로 검토, 테러 가능성은 일단 배제"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김보경 기자 = 터키 민간 항공사 소속 화물 항공기가 16일(이하 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인근에 추락해 현재까지 최소 37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을 출발해 이스탄불로 향하던 터키 민간 항공사 '아비아카고터키쉬'(ACT) 소속 보잉 747 화물 항공기가 이날 오전 7시 31분께 중간 기착지인 비슈케크 인근 마나스 국제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나 추락했다.
화물기는 중간 급유를 위해 비슈케크에서 북서쪽으로 약 23km 떨어진 마나스 공항에 내리려다 활주로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활주로에서 1.5~2km 떨어진 인근 마을에 추락했다.
해당 항공기에는 조종사와 승무원 등 총 4명이 탑승해 있었으며,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의 대다수는 항공기가 추락한 지역마을의 주민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구조 당국 관계자는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공항 인근 '다차' 마을의 민가를 덮치면서 주택 30여 채가 전파되거나 심하게 부서졌다고 전했다. 곧이어 파손된 민가들이 화염에 휩싸이면서 피해가 크게 늘어났다.
사상자에 대한 발표는 엇갈리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비상사태부(재난당국)와 보건부는 "현재까지 승무원 4명과 주민을 포함해 37명이 숨졌으며, 어린이 6명을 포함해 15명이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재난당국을 인용해 "어린이 13명을 포함 32명이 숨졌고 12명이 부상했다"며 희생자 수를 낮춰 제시했다.
하지만 타스 통신은 "사고 현장에서 31구의 시신이 수습됐고 9명의 시신 잔해도 발견됐다"면서 이미 사망자가 40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사고 현장을 찍은 영상에 따르면 부서진 건물 잔해 속에 찢긴 항공기 잔해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고 건물 군데군데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피해자 친인척들이 오열하는 모습이 사고의 참상을 증언했다.
한 목격자는 AFP통신에 "비행기가 집 위에 추락해 일가족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키르기스 정부는 구조요원들을 현장에 급파해 수색·구조작업을 벌이는 한편 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현지 당국은 일단 악천후와 조종사 실수 등을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테러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사태부 위기상황통제센터 무함메드 스바로프 소장은 "사고기가 악천후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짙은 안개가끼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나스 공항 관계자도 "짙은 안개 때문에 시계가 나빠져 사고기가 활주로로 제대로 접어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 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제1부총리 무함메트칼리 아불가지예프는 "사고원인으로 몇 가지 가설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테러설은 배제되고 있다. 조종사 실수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2개의 블랙박스 가운데 1개를 수습해 감정 절차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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