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86마리 살처분…브루셀라 '청정국'서 무더기 발병 왜?
지난달 유산한 송아지 사후 처리 허술…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커
인체 감염 대비 종사자 5명 혈액검사, 다른 농장 소도 추가 검사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차츰 사라지는 듯하던 한우 브루셀라가 충북 옥천에서 무더기로 발병됐다. 방역 당국은 전파 경로를 가리기 위해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16일 옥천군에 따르면 지난 10일 옥천읍의 한우 농장 2곳에서 출하를 앞둔 소들이 브루셀라 의심증세를 보여 조사한 결과 73마리가 양성으로 판명났다.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는 브루셀라는 소의 타액이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주로 생식기관이나 태막(胎膜)에 염증을 수반해 흔히 '성병'이라고 불리며 유산·사산·불임 증세 등을 보인다.
이 병은 2007년까지 전국에서 한 해 1만마리 넘는 소가 감염될 만큼 흔했다. 그러나 2008년 검사 대상이 확대되고, 도축이나 거래할 때 검사증명서 첨부가 의무화되면서 감염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해 이 병에 걸린 소는 전국적으로 40농가 405마리에 불과했다. 충북에서는 4농가 58마리가 감염된 게 전부다. 감염률을 따지면 0.03% 수준이어서 우리나라가 브루셀라 청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과 같은 집단 감염은 흔치 않은 경우다.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의 허술한 축사 위생관리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번에 브루셀라가 나온 농장 중 1곳에서는 지난해 12월 임신 5개월된 소가 유산했는데, 방역당국은 이 소가 바이러스를 퍼트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식품부 방역총괄과 관계자는 "브루셀라 바이러스는 소가 유산이나 사산할 때 가장 활성화되는데, 발생 농가에서 유산한 송아지의 사체와 태반 등을 축사 옆 퇴비 더미에 묻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농장 측이 브루셀라 감염을 의심하지 않고, 사체 처리 등을 허술하게 했다는 얘기다.
브루셀라 감염 농장 2곳은 거의 맞붙어 있다. 한쪽에서 바이러스가 퍼질 경우 옆 농장에 곧바로 전파될 수 있다.
방역당국은 두 농장의 송아지 생산방식에도 주목하고 있다. 2곳 모두 인공 수정을 통해 송아지를 생산하지만, 드물게는 자체 교배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검사에서는 씨수소 1마리도 양성으로 판명됐다. 방역당국은 이 소가 바이러스를 암소에게 퍼트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브루셀라는 사람에게도 옮는 인수(人獸) 공통전염병이다. 대개 발열·관절통·피로 등의 증세를 보인다. 지난 3년간 국내에서 1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작년에만 5명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인체 전파 가능성을 우려해 두 농장의 주인과 종사자 5명의 혈액을 채취해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두 농장과 가까운 농장의 소에 대해서도 혈청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날 브루셀라 감염 소와 이들이 낳은 송아지 등 86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또 함께 사육되던 소 179마리에 대해서는 6개월 이동제한조치를 내렸다.
군 관계자는 "브루셀라는 AI나 구제역처럼 전염력 높은 질병이 아니라서 다른 농장으로 광범위하게 번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러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두 농장 소의 이동을 통제하고, 주변 농장에 대한 조사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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