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장실'로 오해살라…이동식화장실 로고 가리기 대작전
'돈스 존스'가 '도널드의 화장실(john)' 연상…의회, 테이프로 가리라 지시
'광고 제한' 의회 설명에 해당 업체선 "오바마 취임식때는 안 그랬다" 반박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그럴싸한 '음모론'이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가 취임식에 참석하는 수많은 대중이 이용할 이동식 화장실 제조업체의 이름을 테이프로 가리고 있는데 그 이유를 미국 의회 영선국(AOC·Architect of the Capitol)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고 있다.
영선(營繕)은 건물 신축, 증·개축, 유지 보수 등을 담당하는 것을 뜻한다.
AP 통신은 전날 취임식 준비위가 인부들을 동원해 취임식장 주변 곳곳에 설치될 이동식 화장실의 업체명을 파란색 테이프로 가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까이에 가면 테이프 뒤로도 업체명이 보이긴 하나 멀리서 TV 카메라나 스틸 카메라로 찍으면 이름이 안 보인다.
해당 업체는 '돈스 존스'(Don's Johns)다. 버지니아 주에 기반을 둔 이 기업은 워싱턴DC 일대에 가장 많은 이동식 화장실을 공급한다.
문제는 이 업체 이름이 트럼프 당선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데 있다. 자칫 '도널드의 화장실(john)'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식 이름은 도널드 존 트럼프로, 미국 사람들은 도널드를 줄여서 돈이라고 부른다.
결국, 돈스 존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과 중간 이름까지 같은 경우다.
NBC 방송은 새 대통령의 이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이름이 이동식 화장실에 박힌 것을 찜찜하게 여겨 테이프로 덮은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돈스 존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로버트 웨고스트는 AP 통신의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회사 제품의 로고가 테이프로 덮이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그는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모르고, 누구에게 이런 일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면서 "우리는 화장실에 붙은 기업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미국 의회 영선국이 이유를 설명했다.
저스틴 키퍼 영선국 대변인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의사당 주변 광고제한 조처를 준수하고자 이동식 화장실 업체명과 로고를 벗기거나 가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돈스 존스의 경쟁업체로 취임식에 이동식 화장실을 공급하는 진스 존스(Gene's Johns)의 로고는 쉽게 벗겨지는 데 반해 돈스 존스의 업체명은 쉽게 제거가 안 돼 결국 테이프로 가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회 영선국의 해명과 달리 돈스 존스는 2009년,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반박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웨고스트 COO는 골프 대회 조직위원회 또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가 방송 노출에 따른 광고비를 지불하고 싶지 않다면 화장실의 업체 로고를 가리는 게 좋겠다고 자신들에게 요청한 적은 있지만, 이런 적은 없다고 했다.
대통령취임식준비위와 의회 합동취임준비위는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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