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과 한 배 得? 失?"…셈법 복잡한 충북 정가 '신중 모드'
반기문 귀향 환영 행사 참석한 지역 정치인 예상보다 적어
"세몰이 역효과 우려 참석 자제"…'정치적 결단' 유보 해석도
(충주·음성=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한 자리에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 정치인들의 참석이 예상보다 적었다.
반 전 총장과 행동통일을 선언한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과 보수 인사가 대거 몰려 세를 과시하며 충북 정계 개편의 변곡점을 만들 것이라고 봤던 예상과 다른 양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고향에서의 대규모 세몰이 행사가 지역주의로 비쳐 자칫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참석을 자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반 전 총장 귀국과 함께 정치권의 견제가 본격화되자 그가 다양한 검증을 거쳐 유력 대선 주자 지위를 공고히 할 때까지 정치적 결단을 미룬 채 관망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고향인 음성 행치 마을을 찾았다. 이어 오후에는 그가 학창시절을 보냈고 모친이 거주하는 충주를 방문했다.
음성과 충주에서는 형식은 달랐지만 그의 귀향을 환영하는 행사가 열렸다.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 성격이었다.
반 전 총장의 고향 방문은 이른바 '반풍'(潘風)을 본격 점화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 그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려는 지역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종배(충주), 경대수(진천·음성·증평), 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권석창(제천·단양) 국회의원을 비롯해 원외 인사인 송태영 충북도당위원장 등 충북 새누리당 인사들은 일찌감치 반 전 총장 지지 의사를 선언한 상태다.
지역구 '오너' 격인 국회의원이나 도당위원장이 반 전 총장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새누리당 출신 도의원 20명 중 대다수도 이날 행사에 참석, '친반'(親潘) 세력에 가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이날 음성 환영행사에 참석한 새누리당 인사는 경대수 의원과 이필용 음성군수, 정상혁 보은군수, 송태영 위원장, 이언구(충주2)·임회무(괴산)·이양섭(진천2) 도의원 등 7명에 그쳤다.
충주체육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도 이종배·권석창 의원, 조길형 충주시장, 임순묵(충주3) 도의원 등이 더 얼굴을 비친 정도였다.
'친반'으로 분류된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의 참석이 예상보다 밑돌았던 데는 반 전 총장 측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애초 반 전 총장의 환영행사를 기획한 단체들은 대규모 대선 출정식을 겸해 세를 과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런 세몰이 이벤트가 자칫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반 전 총장 측이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하면서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도의원은 "가능하면 정치인들은 환영 행사장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요청까지 있었다"며 "반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망정 굳이 민폐를 끼칠 필요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계 구도 속에서 조급하게 정치적 결정을 내려 스스로 입지를 좁힐 이유가 없다는 관망파도 있다.
또 다른 도의원은 "반 전 총장을 지지하지만 그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이후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로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최병윤(음성1) 도의원이 음성에서 열린 환영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 지사는 오래전부터 반 전 총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터라 그의 행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지사 측은 지역 출신 인사가 국제무대에서 성공적인 활동을 마치고 고향을 방문한 데 대해 예우를 갖춘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최 도의원 역시 지역구 의원으로 예우차 참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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