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 대신 모디가 물레 돌려"…인도, 달력 사진 때문에 '시끌'

입력 2017-01-14 16:48
"간디 대신 모디가 물레 돌려"…인도, 달력 사진 때문에 '시끌'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처럼 앉아서 물레를 돌리는 한 장의 달력 사진 때문에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14일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중소기업부 산하 카디(수제직물)·마을산업 위원회(KVIC)는 최근 물레를 돌리는 모디 총리의 사진을 전면에 넣어 달력과 다이어리를 제작해 직원 등에게 배포했다.

하지만 KVIC 직원 일부는 이 달력 수령을 거부했으며 일부는 입에 검은 천을 두르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직접 물레를 돌려 손으로 짠 옷감을 뜻하는 '카디'는 영국 식민지배를 받던 당시 산업수탈에 대한 저항과 인도의 자급자족을 위해 간디가 강조한 것으로, 그동안 달력 등에 대부분 간디의 사진을 전면에 담던 KVIC가 이번에 모디 총리 사진을 실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야권에서는 모디 총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제1야당인 국민회의(INC)는 "모디 총리 스스로 간디를 대체하려는 것은 자기애와 자기 홍보가 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야당 보통사람당(AAP) 대표인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간디가 되려면 평생 자기희생이 필요하다"면서 "(모디 총리가) 물레를 돌리는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간디가 되기는커녕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KVIC는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이어리에 간디 사진을 전면에 싣지 않은 해도 여섯 차례나 있다"면서 "올해 달력 등에 모디 총리의 사진을 게재한 것은 지난해 모디 총리가 물레 500개를 기증하는 등 카디 장려에 힘썼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여당인 인도국민당(BJP)도 "총리 사진을 달력 전면에 실었다고 논란을 벌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번 논란은 야당이 정부에 꼬투리 잡을 것이 정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디의 증손자 투샤르 간디는 "증조할아버지의 물레는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원이었다"면서 "이제는 사진용 소품으로 전락했다"고 탄식했다고 NDTV는 전했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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