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영화·드라마'는 어떻게 골라주는걸까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확산…시청행태까지 분석
"국내선 아직 걸음마…시청자 선호 다르고 데이터 적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른바 '결정 장애'를 겪는 A씨는 최근 동영상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의 콘텐츠 추천 서비스에 푹 빠졌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나면 다음번에 무엇을 볼까 고민하지 않아도 앱이 자신의 선호를 파악해 볼 만한 영화를 골라주기 때문이다.
개인별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제 동영상서비스 업계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서비스가 됐다.
수없이 많은 콘텐츠 속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영상을 쏙쏙 골라주는 큐레이션 기능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 성별·연령·시청 이력은 기본…접근수단·시청 중단 시점까지 분석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의 '원조'인 넷플릭스는 전 세계 8천600만명의 가입자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운영한다.
16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들은 성별, 연령, 시청 이력, 콘텐츠 접근 기기 정보 수집은 물론 시청 중단 이력의 이유까지 추정해 영화, 드라마를 추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치 드라마인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던 사람이 갑자기 주인공이 강아지를 죽이는 장면에서 시청을 중단했다면 그를 '동물애호가'로 잠정적으로 판단하고 동물보호 다큐멘터리나 강아지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를 추천하는 식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인 '왓챠'는 약 243만명의 이용자가 8만5천여개의 콘텐츠에 준 별점을 기초로 아직 시청하지 않은 콘텐츠에 '예상 별점'을 매겨준다.
예상 별점이 해당 콘텐츠를 실제로 보게 됐을 때 얼마나 재미있는지 예측해주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IPTV 업계도 시청자를 TV 앞에 더 오래 붙잡아두기 위해 큐레이션 서비스를 가동 중이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모두 지난 2015년부터 각각 '실시간 감성 큐레이션', '스마트무비', '큐레이션TV'라는 이름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
◇ 해외선 잘나가는데 국내에선 아직 '미지근'
각종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앞다투어 큐레이션 기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소비자의 반응은 열광적이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콘텐츠를 정교하게 추천할만한 '한국형 빅데이터'가 아직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을 서비스 확산의 장애물로 꼽는다.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수록 추천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아직 서비스 사용 인구가 적고 개인정보보호 규제로 이용자의 세세한 시청행태를 수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추천기능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화 대신 국내 이용자들이 예능, 드라마 분야 시청을 선호한다는 점도 큐레이션 서비스 확산의 걸림돌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곽동균 연구위원은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가 보편화한 미국 소비자들은 넷플릭스 등을 통해 주로 영화를 시청한다"며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 다른 콘텐츠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추천 서비스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능, 드라마는 이용자의 고유한 취향보단 주변 반응, 시청률 등을 바탕으로 선택되는 편"이라며 "영화보단 예능,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이용자의 특성 때문에 앞으로 빅데이터가 구축돼도 국내에서 큐레이션 서비스 확산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분석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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