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통령 취임식때 벌어진 일화들…취중연설에 난장판 리셉션

입력 2017-01-14 06:44
美대통령 취임식때 벌어진 일화들…취중연설에 난장판 리셉션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대통령 취임식이 임박하면서 이번에는 어떤 잊지 못할 일이 벌어질 지 관심을 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건국 초기에는 3월 4일 열리다가 34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취임식때부터 1월 20일로 앞당겨 열리고 있다.

취임식에는 퇴임하는 대통령과 취임하는 대통령이 함께 등장해 당에 상관없는 '평화로운 정권이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의 취임식에 참석한 이후 대부분 취임식에서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떠나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트럼프와 함께 등장해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트럼프의 취임을 축하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 명의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우선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는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의 취임식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애덤스가 제퍼슨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꼴을 보기 싫어 취임식 당일 새벽 4시에 백악관에서 짐을 꾸려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건국의 아버지로 존경받고 미국의 독립선언서 작성에도 함께했던 두 사람의 개인적인 적대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애덤스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제퍼슨이 부통령을 했지만 이들은 앙숙이었다. 제퍼슨이 애덤스 밑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것도 대통령선거 결과 2위 득표자가 부통령을 하도록 한 당시의 선거제도 탓이었다. 지금처럼 대통령 후보가 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이었다면 불가능한 스토리다.

이들의 관계가 나쁜 것은 미국 연방정부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이기도 했다. 애덤스는 연방정부의 힘을 강화하자는 연방주의자였던 반면, 제퍼슨은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한을 경계하는 리퍼블리컨(지금의 공화당과는 다름)이었다.

정치적인 견해가 현저히 다른 상황에서 재선에 도전했던 애덤스가 자신의 밑에서 부통령을 했던 제퍼슨에게 패하자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두번 째 대통령은 존 애덤스의 아들인 6대 존 퀸시 애덤스였다.

1824년 선거에서 앤드루 잭슨을 이기고 대통령이 됐지만, 재선에 도전한 1828년 선거에서 잭슨에게 패하자 둘의 앙금은 깊어졌다.

결국 존 퀸시 애덤스는 잭슨의 취임식 전날 짐을 꾸려 백악관을 떠나 잭슨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을 피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뒤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앤드루 존슨도 후임인 18대 율리시스 그랜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관례대로 존슨이 그랜트와 함께 마차를 타고 취임식장에 가려고 했으나 그랜트가 거부한 데 따른 것이었다. 존슨은 그랜트의 취임식이 열리는 동안 법안에 마지막으로 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취임식 당일에는 웃지 못할 일도 많이 벌어진다.

9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 사상 최장 시간 취임연설을 했다.

68세의 고령으로 로널드 레이건 이전에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그는 무려 1시간 40분동안 외투도 입지 않고 연설했다.

5만 명의 청중은 이제나저제나 하며 연설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인디언과의 오랜 전투로 단련된 그는 그칠 줄 몰랐다.

하지만 이날 연설로 그는 감기에 걸렸고 이후 폐렴으로 발전해 결국 취임 1개월만에 세상과 이별하게 된다.

7대인 '서민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취임 리셉션은 난장판으로 변질된 것으로 악명 높다.

백악관에 초대받은 많은 사람이 은으로 장식된 의자를 더럽히고 비싼 도자기를 넘어뜨려 깼다. 방문객끼리 주먹을 날리는 일도 벌어졌다.

'백악관이 국민의 소유'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려던 잭슨 대통령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뒷문으로 탈출해야 했다.

끝내 백악관 직원들이 야외의 잔디밭에 술과 음식을 차려 군중을 유인한 뒤 백악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37대인 리처드 닉슨과 43대인 조지 W. 부시의 취임식에서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진 탓에 축제장이 아니라 시위장소로 변했다.

취임하는 부통령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한 취임식도 있었다.

링컨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두번째 취임식을 할 때 앤드루 존슨 부통령은 장티푸스의 고통을 완화하려고 술을 마셨다가 앞뒤가 맞지 않는 연설로 빈축을 샀다.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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