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기업 감사에 지쳐…회계법인서 회계사들 짐싼다
업무 강도 높아지는데 보수 등 처우개선은 제자리
공공기관·기업 취업 '휴업 회계사' 35.9%…매년 늘어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어딜 가든 이것보다 힘들진 않을 것 같으니 연봉을 더 받는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몸이라도 편한 곳으로 가고 싶은 거죠."
공인회계사들이 회계법인을 떠나고 있다.
국내 공인회계사 수는 매년 늘어나 2만명에 육박했지만,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15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수는 작년 말 기준 1만100명으로 전체(1만9천81명)의 52.9%로 집계됐다.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비중은 2014년 53.8%, 2015년 53.3%, 작년 52.9% 등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2014년과 비교해보면 전체 회계사 수는 1천496명이 늘었지만,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는 636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회계사 감소세는 대형 회계법인일수록 크다.
삼일회계법인·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등 '빅4'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 수는 2014년 말 5천283명에서 작년 말 5천32명으로 2년 새 251명이나 감소했다. 비율도 30.0%에서 26.4%로 3.6%포인트나 줄어들었다.
회계법인업계에선 '한창 일할 때'인 주니어 회계사들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4대 회계법인의 2014년과 2015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들 법인의 10년 미만 경력 회계사 수는 2014년 4천93명에서 2015년 3천997명으로 96명(2%)가량 줄었다.
특히 가장 많은 회계사를 둔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10년 미만 경력 회계사가 2014년 1천666명에서 작년에 1천524명으로, 100명 넘게 줄었다.
삼일회계법인은 타 법인 경력자 채용을 거의 하지 않던 관례를 깨고 이번 감사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6년차 미만 경력의 주니어 공인회계사 채용에 나섰다.
회계사들의 회계법인 '이탈 현상'은 잇단 회계부정 사건으로 회계사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진 데다 기업에서 수임료를 받는 '을'의 처지에서 '갑'인 기업의 회계 감사를 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는 날로 세지는 데 반해 보수나 처우 개선은 미미한 점도 회계사들이 회계법인을 떠나는 요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5∼10년차 회계사들이 퇴사해 기업 등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 법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15년에 기업들이 대거 회계사 채용에 나서면서 퇴사자가 많았다"며 "회계법인 입장에선 회계의 중요성을 아는 회계사가 기업에 들어가면 회계 감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순기능도 있어 이직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회계법인이나 회계사 사무실이 아닌 공공기관이나 일반 기업에 취업한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인 '휴업회원'은 2014년 6천119명(34.8%)에서 작년 말 6천849명(35.9%)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휴업회원 비율은 2010년 30.9%(1만3천912명 중 4천312명)에서 2011∼2013년에 32%대를 유지하다가 2014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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