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는 찬란한데 멜로는 영 불이 안 붙네…'도깨비'의 한계
공유-김고은 따로 놀아…이동욱-유인나에 더 관심 갈 정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도깨비는 이보다 찬란할 수 없다.
마치 우리가 이같은 도깨비를 만나려고 900여 년의 시간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런데 도깨비의 사랑까지 기대하기엔 무리였던 모양이다.
'도깨비 공유'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난리가 났으니 더 바라는 게 욕심일지 모른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은숙이니까.
tvN 금토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가 종영을 3회 남긴 상황에서도 멜로는 활활 태우지 못해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새로운 캐릭터의 출현
뿔이 안 달렸고, 냄새나는 '빤스'를 입고 있지 않으며, 방망이도 휘두르지 않는다.
대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섹시한 선이 살아있고 기품과 부드러움이 흐른다. 두 눈망울에는 다양한 감정이 풍성하고도 세밀하게 담기고, 목소리는 이번에 재발견을 이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감미롭다.
공유는 이같은 '엄청난' 일을 해내며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앞으로 공유가 아닌 도깨비는 상상할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21세기형 도깨비는 애초부터 이런 모습이었겠구나 싶을 정도다.
공유가 그간 배우로서 홀로 했을 고민의 시간은 도깨비를 만나 발화점을 찾았다. 사람을 홀려버리는 도깨비불처럼 남녀노소의 혼을 빼갔다.
'태양의 후예' 이후 외형과 장르 확대에 고심해온 김은숙 작가는 이러한 도깨비를 창조함으로써 변주에 성공한 작가가 됐다. 900여년의 세월을 관통하고, 불멸의 고통을 안고 사는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그 캐릭터 자체가 새로운 장르가 됐다.
연출을 맡은 이응복 PD의 미적 감각도 큰 몫을 했다. 매 장면 욕심이 뚝뚝 묻어나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절묘한 화면 구도, 빼어난 색감이 탄성을 자아낸다. 촬영장소 선정부터, 소품 하나하나 허투루 고른 게 아님이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러한 근사한 놀이터를 만들어준 덕에 그 안에서 노는 도깨비의 모습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의 눈도 호강한다.
◇쓸쓸하게 겉도는 멜로…느슨해진 이야기 메꾸지 못해
하지만 '도깨비'는 멜로에 실패했다. 남녀 주인공의 멜로에는 영 불이 붙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3회 남았는데.
너무 습해서 불이 안 붙는 게 아니라 도깨비와 소녀가 아예 겉돌며 따로 논다.
도깨비 공유 못지않게 소녀 지은탁을 연기하는 김고은의 연기도 일품이다. 실제 여고생과 같은 발랄함과 귀여움, 발칙함을 연기해내는 김고은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멜로의 9할은 역시 남녀 배우의 궁합. 공유와 김고은 사이에는 멜로의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각기 따로 따로는 우뚝 서 있으나 하나로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4회 이후 거대한 스케일이 사라지고 멜로에 집중해온 '도깨비'의 이야기 자체가 느슨해지고 '제자리 맴맴' 하는 격이 됐다. 뭔가 대단한 게 있는가 했더니 한동안 '어울리지 않는 남녀의 사랑놀음'에 머무르면서 "지루하다" "이야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그 멜로의 한쪽이 '대단하신' 도깨비 아닌가.
"도깨비가 고작 이런 로코를 하나"는 실망감이 컸다. "도깨비가 왜 지은탁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도 이어졌다. (물론, 그럼에도 시청률 15%를 돌파했으니 도깨비 공유의 매력이 그만큼 대단하다 하겠다.)
주인공들의 멜로가 찬란하지 못하다 보니, '서브'인 저승사자(이동욱)와 써니(유인나)의 멜로에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큐피트의 화살을 쏘는 데 있어 명궁인 김은숙 작가지만, '도깨비'에서는 그 실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텐텐텐'만 쏘던 그가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는지, 아니면 바람의 방해를 받았는지 이번에는 멜로 사냥에는 실패했다.
'태양의 후예'는 물론이고, '상속자들' '신사의 품격' '시크릿가든' '시티홀' '온에어' '연인' '프라하의 연인' '파리의 연인'까지 멜로에서는 최강이었던 김은숙이기에 '도깨비'의 멜로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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