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의 역설'…뚫었더니 오히려 길 막히는 영덕

입력 2017-01-14 08:36
'고속도로의 역설'…뚫었더니 오히려 길 막히는 영덕

주말마다 관광객 몰려 10분 거리 40분 걸려…대게 식당 북새통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대게 한 번 먹으러 갔다가 가족에게 욕만 먹었습니다. 길이 너무 많이 막혀서 짜증 그 자체였습니다."

경북 상주에 사는 회사원 김동수(49)씨는 휴일인 지난 8일 상주∼영덕고속도로를 이용해 가족과 함께 영덕에 갔다가 혼쭐이 났다.

영덕나들목에서 나와 강구항까지 가는 4㎞ 도로가 꽉 막혀 차가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10분 안에 갈 수 있는 이 길이 주말에는 40분 이상 걸리는 것은 기본일 정도다.

게다가 대게 상가가 몰린 강구항 주변 도로는 주차장과 비슷할 정도로 통행이 어려웠다.

골목길마저 차를 대기 어려워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김씨는 가족 원망을 받아내느라 기분을 잡쳤다고 했다.

이렇게 영덕 일대에서 교통난이 벌어지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교통이 편리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상주∼영덕고속도로 개통으로 경북 내륙이나 충청·수도권 주민이 영덕을 찾기 쉬워졌다.

그동안 교통이 불편해 경북 동해안에 가기 꺼린 관광객이 새로 난 고속도로를 타보겠다며 너도나도 찾고 있다.

이러다가 보니 주말마다 영덕나들목 주변 도로는 늘 막히곤 한다.

여기에 대게가 많이 잡히는 겨울을 맞아 대게와 회를 먹고 관광을 즐기려는 외지 나들이객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8일까지 영덕을 찾은 관광객은 3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명의 두 배에 이른다.

이 덕분에 대게 상가나 횟집은 경기가 좋아졌다.

강구읍에 있는 한 대게 식당 주인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손님이 30% 이상 늘었다"며 "다른 가게도 평일이나 주말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한 펜션 운영자는 "주말에는 방이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이 밀려온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런 식당이나 숙박업소 운영자를 제외한 일반 주민이나 관광객은 길이 막힌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영덕군은 주차장을 새로 만들고 국도변에 임시 주차장 4곳(3천여대)을 설치했다. 또 교통소통 위기 대응반을 운영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14일과 15일을 비롯해 앞으로도 주말마다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영덕군은 대게 철이 끝나는 3월까지는 신호체계를 조정하거나 안내원을 배치해 교통을 분산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군 관계자는 "차 통행량이 급증함에 따라 근본 대책을 마련하고자 국도변에 대규모 주차장과 휴식공간 조성, 우회도로 신설, 영덕나들목 진·출입 톨게이트 확대 등을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