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하다고?…강릉의 아름다운 전통 '합동 도배식'

입력 2017-01-14 08:31
고리타분하다고?…강릉의 아름다운 전통 '합동 도배식'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설이면 마을 어르신에게 세배를 올리는 강원 강릉지역의 아름다운 전통이 올해도 30여 개 마을에서 이어진다.

이웃 간 정이 사라지고 점차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끈끈하게 마을의 정을 잇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설(28일)을 맞아 30여 개 마을별로 주민이 마을 어른께 합동으로 세배하는 합동 도배식 전통이 강릉지역 곳곳에서 펼쳐진다.

합동 도배식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성산면 위촌리가 단연 손꼽힌다.

설 다음 날인 29일 오전 마을 전통문화전승관에서 마을의 가장 큰 어른인 박철동(91) 촌장을 모시고 출향 인사와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박 촌장은 촌장에 오른 뒤 이번 도배식이 처음이다.

이 마을의 도배식은 조선 중기인 1577년 마을 주민들이 대동계를 조직한 이후 지금까지 440년째 이어진다.

율곡 이이가 만든 서원향약에서 비롯돼 경로효친, 마을 화합에 크게 이바지했다.

주민은 물론 출향 인사가 양복이 아닌 옥빛 도포와 검은색 두루마기에 갓을 쓰는 등 의복을 갖추고 모여 촌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께 합동 세배를 올리는 것이다.

이 행사는 강릉지역 30여 개 마을별로 열리는 합동 도배식의 근간이 됐다.

합동 도배식을 하는 마을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촌장에게 마을 주민이 합동으로 세배하면 촌장이 답례로 마을과 가정의 안녕 등을 기원하는 덕담을 하고 주민 간 합동 세배를 하면서 마무리한다.

주민은 촌장에게 존경의 표시로 선물로 드리고 나서 떡국과 막걸리 등 풍성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 덕담을 나눈다.



아름다운 전통은 위촌리뿐만 아니라 많은 마을에서 마을회와 대동계, 청년회, 경로당 주관으로 이어진다.

성산면에서는 구산리와 관음 2리, 금산 1리와 2리, 어흘리, 송암리, 구정면에서는 어단 2리와 금광리, 여찬리에서 각각 합동 도배식이 열린다.

왕산과 강동, 사천면에서도 열린다.

농촌뿐 아니라 옥천동, 교1동, 포남동, 경포동, 강남동, 초당동, 송정동 등 시내에서도 합동 도배식이 열린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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