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CEO] 특검 칼날 앞에 선 '황태자' 이재용

입력 2017-01-14 10:00
[주간 CEO] 특검 칼날 앞에 선 '황태자' 이재용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형사 사건 피의자로 특검에 소환되며 개인적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 또는 횡령·배임 피의자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검찰에 불려 나오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삼성전자 전무였던 2008년 2월에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된 적 있다.

그로부터 9년 만에 비슷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은 검찰이 아닌 특검 수사 때만 피의자로 불려왔다. 유독 특검과의 악연이 질긴 셈이다.

9년 전에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엔 경영이나 각종 현안을 두고 의사결정을 주도할 위치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다.

특검은 이런 상황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출연이나 최순실-정유라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등의 의사결정을 최종적으로 이 부회장이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3일 오전 무려 22시간의 마라톤 조사 끝에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예상 밖으로 조사가 길어지면서 철야 조사가 된 것을 두고 특검 주변에서는 이 부회장 측과 특검 간 법리 다툼, 논리 싸움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이제 관심은 특검의 다음 행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가 어떤 수위로 이뤄질 것이냐다.

특검팀 주변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영장이 청구될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황상 구속이 집행될 가능성이 더 많다는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이 부회장으로선 생애 처음으로 사법처리 절차를 밟게 된다.

많은 의혹에 시달렸던 이건희 회장조차 구속된 일은 없었다.

이 회장은 1995년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할 때 검찰에 소환됐지만 결국 집행유예를 받았고, 조준웅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배임·조세 포탈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불구속에 최종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구속이 된다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보다 더 가혹한 길을 가게 되는 셈이다.



세계적 일류 기업인 삼성의 총수가 뇌물 공여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되는 장면은 외국 언론들도 놀라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이나 이 부회장은 재단이나 최순실씨 모녀에게 건너간 돈이 대가를 기대한 뇌물이 아니라 권력의 강압에 의한 강제적 지원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든, 그렇지 않든, 이 부회장은 앞으로 법정에서 지난하고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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