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겪은지 10년"…조희팔 범죄 일단락에도 갈길 먼 피해 회복

입력 2017-01-13 11:46
"고통 겪은지 10년"…조희팔 범죄 일단락에도 갈길 먼 피해 회복

환수·추징보전한 범죄수익금 950억원…피해자들 간 원만한 배분 불투명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사기 범죄자들은 감옥에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앞으로 어떡하느냐."

5조원대 유사수신 사기 범행을 한 조희팔 조직 2인자 강태용(55)의 1심 선고공판이 진행된 대구지법 21호 법정.

법정을 가득 메운 피해자들은 선고가 내려진 직후 한숨부터 내 쉬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강영숙(65·여)씨는 "조희팔 사기로 고통을 겪은 게 벌써 10년째다"며 "강태용이 명색이 2인자인데 감춰 놓은 범죄수익이 더 있을 것이다.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 회복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박수원(74)씨는 "제3자에게 숨겨둔 범죄 은닉자금을 몰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시급히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태용이 이날 징역 22년을 선고받으며 건국 이래 최대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은 큰 틀에서 일단락됐지만 피해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건 주요 가담자 처벌과 별도로 수사당국이 찾아낸 범죄 은닉재산은 공탁금 등을 포함하더라도 피해자들이 날린 투자금의 9분의 1 수준인 95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조희팔 조직이 2006년 6월∼2008년 10월 대구 등 전국에 세운 24개 유사수신 법인을 이용해 끌어모은 돈은 5조715억원이다. 사기행각에 넘어간 투자자만 7만명이 넘는다.

조씨 조직은 투자 수익금 배분 등 명목을 제하고 2천900억원 가량을 챙겼다.

이와 달리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운 좋게 투자금, 수익금 등을 챙겼지만, 상당수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검찰은 초기 투자자가 투자금 이상으로 수익을 가져간 사례도 있어 실제 투자자 피해액은 8천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조희팔 은닉재산을 관리하다가 붙잡힌 고철사업자 A(54)씨에게서 공탁 등 형식으로 환수한 720억원과 범죄수익 횡령 사범들의 부동산 및 금융계좌 등에 대한 추징보전명령을 받아둔 232억원을 확보했다.

현재 조희팔 유사수신 사업 투자자 7만여명 가운데 1만7천명 정도가 법원 공탁금을 둘러싸고 서로 간에 소송을 벌이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은 고철업자 A씨가 2014년 11월 조희팔 은닉자금 320억원을 법원에 공탁하자 소송에 들어갔다.

2010년 일찌감치 조희팔과 고철업자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피해액을 확정받은 267명이 공탁금을 먼저 받을 권리가 있다며 다른 피해자 1만6천여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개시 2년이 넘도록 법원은 아직 소장을 송달하는 작업도 마치지 못했다. 송달이 끝나고 겨우겨우 재판 일정이 잡혀도 피해자들끼리 소송에 맞소송 등 지루한 법정 싸움을 벌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다 보니 소송 대상 공탁금 320억원을 뺀 나머지 600여억원 가량 범죄수익금도 피해자들이 원만하게 나눠 가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판결을 끝으로 검찰이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린 주범 조희팔을 제외한 사건 핵심 가담자 및 조력자 등 대부분이 일차적인 사법처리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여전히 조희팔 사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추가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김상전 대표는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지만, 아직도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진실 규명 및 피해 회복을 위해 우리 방식대로 절차를 밟아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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