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급감으로 혈액수급 '위기 경보'…설 연휴 고비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김재홍 기자 =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헌혈이 크게 줄어 혈액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와 부산혈액원 등에 따르면 이달 2일 전국 평균 혈액 보유량이 적정치(5일분) 미만으로 내려갔고, 13일 0시 기준 3.8일분으로 떨어졌다.
지난 12일 0시 현재 4일분이었는데 하루 만에 0.2일분 더 빠지는 등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혈액 수급 위기 첫 단계인 '관심' 경보가 켜졌다.
특히 O형과 A형 혈액 보유량은 각각 2.6일분과 3.7일분에 그쳤다. B형과 AB형 혈액도 각각 4.8분과 4.9일분만 남은 상태다.
각급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고 외부활동이 줄어드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올해 들어 헌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까지 전국에서 이뤄진 헌혈은 7만7천3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7천193건)보다 11.3%나 감소했다. 부산은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피의 모든 성분을 기증하는 전혈 헌혈을 하면 2개월간 헌혈하지 못하는데 지난해 12월 한 달 내내 헌혈 이벤트를 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가오는 설 연휴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헌혈 감소 양상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2015년 헌혈 실적이 287만2천156건으로 전년(284만4천538건)보다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지난해는 22만6천975건(7.9%) 감소한 264만5천181건에 그쳤다.
이는 출산율 저하로 최근 5년간 10대 헌혈 가능 인구(16∼19세)가 매년 평균 6만8천명씩 감소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출산 문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10대 헌혈 가능 인구는 앞으로 5년간 매년 평균 12만5천명씩 줄어 혈액난이 가중할 것으로 대한적십자사는 내다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0∼20대 학생과 군인 등 특정군에 혈액 공급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5∼2016년 전체 헌혈자의 75.1%가 20대 이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0대 헌혈은 84만8천826건으로 전년(97만6천61건)보다 13%, 20대 헌혈은 108만2천396건으로 전년(123만8천298건)보다 12.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30대 헌혈은 전년보다 3.5%, 40대는 13.1%, 50대는 15.6%, 60대 이상은 20.4% 증가하는 등 30대 이상에서는 모든 연령대에서 헌혈이 늘었다. 그러나 30대 이상 헌혈 비중이 작아 전체 헌혈 감소 현상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현재 헌혈에 참여하는 공무원만 쓸 수 있는 휴가를 공공기관 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직원들이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혈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가 올해는 설이 1월에 있어서 단체 헌혈 이벤트 유치도 쉽지 않다"면서 적극적인 헌혈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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