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원기업 제품 사라"…트위터 '홍보'에 논란

입력 2017-01-13 11:01
트럼프 "후원기업 제품 사라"…트위터 '홍보'에 논란

거액 지원한 의류업체 편들자 온라인서 '십자포화'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에는 특정제품의 '트위터 홍보'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L.L.빈(Bean)의 린다 빈이 보여준 큰 지지와 용기에 감사드린다. 사람들이 당신을 이제 더 많이 지지할 것이다. L.L.빈을 사라'는 글을 올렸다.

L.L.빈은 미국 메인주의 의류·잡화류 유통업체로, 린다 빈은 이 기업 창업주의 손녀다.

트럼프 당선인의 뜬금없는 'L.L.빈' 홍보는 최근 린다 빈의 거액 트럼프 후원에 대한 적법성 논란이 불거지며 일부에서 L.L.빈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린다 빈은 지난해 8∼10월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인 '메이킹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에 3만 달러(3천535만원)를 기부했다.

이 단체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조직이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는 민간 정치자금단체인 '슈퍼팩'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무제한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조직이 기부 한도가 5천 달러로 엄격히 정해진 일반 정치활동위원회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이 단체 재무담당자에게 한도를 초과한 기부금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진보 성향 소비자를 중심으로 L.L.빈 제품 불매운동이 펼쳐졌고, 이에 맞서 트럼프 당선인이 나서 L.L.빈 제품 구매를 독려한 것이다.

당선인의 트윗 이후 트위터에는 '대통령 당선인(PEOTUS)은 L.L.빈의 대변인이냐. 윤리위원회에서는 누구 듣고 있나요', '초등학교 내내 들고 다니던 L.L.빈 백팩을 찾아내 던져버리려고 한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특정 제품 구매를 권유한 것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최고위급 인사로서는 매우 드물고 극도로 이례적인 처신"이라고 표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트윗 홍보가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특정 단체나 제품 등을 홍보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등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트윗 탓에 L.L.빈도 십자포화를 맞게 됐다.

AP통신은 이날 L.L.빈 제품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생산됐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산 제품이 미국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후보 시절부터 집중 공세를 펴온 바 있다.

린다 빈의 과거 정치 경력까지 덩달아 드러났다.

린다 빈은 노골적인 보수파로 1988년과 1992년 하원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경력이 있다. 1992년 선거 당시 그녀는 동성애 혐오자를 옹호하다가 동성애 단체로부터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그때도 L.L.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린다 빈은 폭스뉴스의 '폭스 & 프렌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옳다고 느끼는 한 절대로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L.빈 불매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를 오히려 '가해집단'이라며 비난했다.



L.L.빈의 숀 폭스 회장은 "우리는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10인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의 정치적 견해가 어떤 사람들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사 연구가 마이클 베슐로스는 NYT에 "대통령이 이런 일을 한다는 건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일반적으로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대통령이라면 미국민들에게 어떤 물건을 사라는 것까지 자신의 권한을 뻗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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