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 테일러 감독 별세에 애도 "형제여 잘 가시게"
구단주-감독으로 인연 맺은 엘튼 존과 테일러 감독
왓퍼드 신화 함께 만들며 잉글랜드 축구사 족적 남겨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영국 유명 뮤지션이자 축구팬인 엘튼 존은 1976년 고향의 지역 축구팀인 왓퍼드를 인수했다.
당시 왓퍼드는 4부리그에 머물던 작은 팀이었다.
엘튼 존은 팀을 이끌 지도자부터 찾아 나섰다. 그러나 유명한 감독들은 손사래를 쳤다.
누구도 4부리그 팀의 사령탑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엘튼 존은 27세의 어린 나이에 은퇴한 뒤 10년간 지역 축구팀을 이끌던 그레이엄 테일러 전 감독을 주목했다.
별다른 이력은 없었지만, 파격적인 선수 기용과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테일러 감독과 손을 잡았다.
엘튼 존은 거액을 투자해 후방에서 지원했고, 테일러 감독은 현장에서 팀을 이끌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왓퍼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왓퍼드는 두 사람이 부임한 첫해 4부리그에서 팀 최다승, 최다 골, 최소패 기록을 갈아치우며 상위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왓퍼드는 1부리그까지 승격했고, 1984년엔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 진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왓퍼드 팬들은 이 시기를 '엘튼 존 시대'라고 불렀다.
1987년 엘튼 존이 구단을 매각하면서 왓퍼드 신화는 잠시 멈춰 섰지만, 두 사람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테일러 감독은 애스턴 빌라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거친 뒤 1996년 왓퍼드 감독으로 다시 부임했는데, 엘튼 존이 1997년 왓퍼드 지분을 다시 사들이면서 구단주-감독의 인연을 이어갔다.
축구계에서 한 발자국 물러난 뒤에도 엘튼 존과 테일러 감독은 우정을 이어갔다.
그리고 12일(한국시간) 테일러 감독이 심장마비로 별세하자 엘튼 존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문의 추모 글을 남겼다.
엘튼 존은 13일 "테일러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큰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게 형제와 다름없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나는 테일러 감독과 상상할 수 없는 길을 함께 걸었다. 그는 하위 리그에 있던 왓퍼드를 맡아 단 한 번도 개척하지 못했던 1부리그로 우리를 이끌었다"라고 소개했다.
엘튼 존은 "테일러 감독은 지혜와 명석한 두뇌로 왓퍼드를 이끌었다. 오늘은 왓퍼드에 매우 슬프고 어두운 날이다"라며 애도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테일러 감독이 매우 그리울 것"이라며 추모의 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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