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인천공항-서울역 이동중 '열차 토크'…"촛불 자랑스러웠다"

입력 2017-01-12 20:30
수정 2017-01-12 20:41
潘, 인천공항-서울역 이동중 '열차 토크'…"촛불 자랑스러웠다"

"유엔 사무총장도 정치인" "정치하는 분들 너무 국내문제에 함몰"

공항 편의점서 생수 한병 사…"긴장해 목말라서 물 샀다"

(서울·영종도=연합뉴스) 홍정규 이슬기 기자 =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2일 오후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열차에서 시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민심을 읽어보겠다는 의도에서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에서) 지하철을 탈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서울에 올 때도 공식 일정이 있고, 경호를 받다 보니 전철 이런 걸 탈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으로 돌아와서 시민들하고 대화를 같이하고 호흡을 같이하려고" 공항철도를 이용했다는 반 총장이다. 하지만 취재진이 주위를 에워싼 탓에 애초 기대와 달리 사실상 기자들과 '열차 간담회'를 해야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동 시간의 상당 부분을 유엔 사무총장 재직 시절의 경험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10년간 국제기구의 수장을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국내 문제에는 밝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지적에 대해 "세세한 건 잘 모를 것이다. 한국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것처럼 언론인들도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뭘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경제나 정치나 사회나 이런 데 관심을 가지고 파악을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사태로 몰고 간 '촛불 집회'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맨 처음에는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마찰이 생기는 것 아닌가' 상당히 우려 섞인 눈으로 봤다"며 "100만 명이 모였는데 경찰과 시민의 불상사가 없었다. 법원에서도 청와대 앞 100m 전방까지 행진을 허용했고, 그것들이 성숙한 민주주의의 표현"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사무총장 재직 때 '이런 건 잘하고 있지 않냐'고 (촛불 집회 문화를) 은연중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을 정치인으로 보느냐"고 기자들에게 물은 뒤 "정치인이다. 그러나 하는 정치가 국내 지도자들, 대통령이나 총리와 약간 하는 일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국내에서) 정치하시는 분들이 너무 국내 문제에 함몰돼 있다"며 기성 정치인들을 꼬집고 자신의 국제 감각을 은근히 드러냈다.

또 "제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정치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장관까지 올라가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새로운 프로스펙티브(prospective·'장기 전망'을 의미한 듯)"를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열차에 타기 전 공항 편의점에 들러 생수 한 병을 샀다. "사람들이 환영하다 보니까 (긴장감에) 목이 말라서 샀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서울역에 도착, 열차에서 내려 승용차로 갈아탄 뒤 사당동 자택으로 향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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