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감비아 대통령, 국제사회 사퇴요구 거부…"간섭 말라"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패배한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야흐야 자메 대통령이 사퇴 거부 의사를 또다시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12일 알자지라 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자메 대통령은 전날 밤 감비아 국영 TV를 통해 발표한 연설에서 국제사회의 사퇴 압력을 비판하며 당장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의 선거와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이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중상모략의 캠페인과 선전전, 거짓 정보들이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비아 국민에게 "오로지 대법원만이 누가 대통령이 될지 선언할 수 있다"며 "대법원의 (대선 결과 무효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발언은 자메 대통령이 대법원 선고가 나올 때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동시에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정상들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아프리카연합(AU) 등 국제사회의 대선 결과 수용 요구를 거듭 거부한 것이다.
자메 대통령은 이러한 국제기구의 사퇴 요구에 "우리의 공화국과 헌법에 반하는 전례 없는 성급한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감비아 대법원장은 자메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지난해 12월 실시된 대선 결과의 무효를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한 소송과 관련한 재판이 수개월 뒤에 열릴 것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나이지리아의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이끄는 ECOWAS 협상팀은 오는 13일 감비아를 재차 방문해 자메 대통령의 퇴진에 관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자메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조정관을 지명한 상태다.
그러나 감비아에선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감비아군 병력은 지난달 13일 수도 반줄에 있는 선관위 건물을 포위한 채 선관위 직원들의 출입을 막았으며 정보당국은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자메 대통령에 비판적인 라디오 방송국 3곳을 전격 폐쇄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자메 대통령에게 선거 결과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던 알리에우 모마르 은자이 선관위원장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세네갈로 도피했다.
감비아 선관위는 이에 앞서 대선 개표 결과를 공개하며 야권 후보 아다마 바로우가 26만3천515표(45.54%)를 얻어 21만2천99표(36.66%)를 기록한 자메 대통령을 이겼다고 발표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바로우는 헌법에 따라 오는 19일 대통령 취임식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자메 대통령은 1994년 29세에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후 23년째 감비아를 통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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