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반값에 분양"…경기 신도시 불법현수막 천지

입력 2017-01-13 07:05
"아파트 반값에 분양"…경기 신도시 불법현수막 천지

작년 현수막 460만장, 벽보·전단까지 합치면 2천500만장 수거

"오전에 뗐는데 오후면 또 붙어"…'주민수거보상제'등 대책 부심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명품 프리미엄 아파트', '○○에서 1분 거리', '금액은 반값'

12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곳곳에서는 아파트 분양 대행사들의 불법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동산 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인 만큼 서로 경쟁하듯 내건 현수막에는 교통 요지에 있는 아파트를 싼값에 분양받을 수 있다는 내용 일색이다.

불법 현수막이 판을 치자 이 지역을 담당하는 화성시 동부출장소는 2인 1조로 차량 2대를 동원, 날마다 현장으로 나가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거둬들이는 현수막은 하루 평균 150∼200장에 달한다.

그런데도 수거해야 할 현수막은 끝이 없다. 오전에 현수막을 떼어내도 오후 같은 자리에 또 다른 현수막이 걸리기 일쑤다.

동부출장소 관계자는 "오전에 불법 현수막을 수거한 뒤 오후에 가보면 또 다른 현수막이 걸려 허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분양 대행사는 과태료를 물더라도 분양에 성공하면 이득을 볼수 있어 계속 불법을 자행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내 신도시를 중심으로 불법 광고물들이 판을 치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불법 유동 광고물, 즉 현수막이나 벽보, 전단 수거량은 2천554만 장에 달한다. 2015년 한해 수거량인 1천654만 장보다 1천만 장 가까이 늘어난 양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물은 단연 전단이다.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현수막 수거량도 지난 한해(9월 말 기준) 460여만 장으로 만만치 않다.

현수막은 아파트나 상가 물량이 많은 신도시일수록 판을 친다. 분양 대행사가 미분양분을 처리하기 위해 너도나도 현수막을 내거는 탓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로부터 분양을 의뢰받을 때에 현수막으로 인한 과태료를 '영업비'에 포함해 미리 받아 큰 부담이 없다"며 "현수막은 단속이 없는 평일 밤부터 오전 출근 시간 사이, 혹은 금요일 밤부터 주말 사이에 주로 걸어두고 다시 떼기를 반복한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렇자 각 지자체는 시민 정비단을 만들거나, 용역업체를 동원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지난 11일 읍면동마다 취약계층인 5명 내외의 시민을 뽑아 시민자율정비단을 꾸렸다. 정비단은 동네 곳곳을 돌며 불법 현수막을 수거하고, 장당 1천300원의 보상금을 받는다.

또 화성시는 이달 말부터 용역업체 차량 5대를 추가로 투입해 주말에도 가리지 않고 불법 현수막 수거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수막이나 벽보, 전단을 가지고 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주민수거보상제'도 많은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다.

현수막을 예로 들면 크기에 따라 장당 1천∼3천원을 지급하는데, 1인 지급 한도는 하루 2만∼3만원, 한 달에 10만∼50만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일부 지자체는 전단이나 벽보를 수거해 오면보상금 대신 쓰레기봉투(20ℓ)를 주기도 한다.

다만 대부분 지자체는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참여자격을 60∼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취약계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마련한 곳은 수원, 성남, 안양, 화성, 평택, 김포, 광명, 이천, 여주, 의정부, 파주, 구리, 포천, 동두천 등 14개 시다.

도 관계자는 "불법 광고물이 워낙 많아 단속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은데, 시민들이 일손을 덜어주는 셈"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인해 14개 지자체에서 세운 예산 6억원이 거의 다 소진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 광고물이 난립하는 만큼 지자체별로 실적을 관리하는 등 체계적인 정비에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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