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납품계약 뒤에는 '뇌물'…공무원·지방의원과 업자 유착

입력 2017-01-12 16:45
공사·납품계약 뒤에는 '뇌물'…공무원·지방의원과 업자 유착

광주지검, 전현직 단체장·지방의원·공무원 등 40명 뇌물수수 혐의 기소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관공서에서 발주하는 공사와 관급자재 납품계약에는 늘 공직자와 업자 간 '검은 거래'가 있었다.

업자들이 공직자에게 로비했고, 공직자는 부당하게 계약을 해주는 유착 관계가 형성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것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노만석)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업자와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맺고 관공서 공사·납품 계약을 해주거나 도와준 혐의로 재판에 넘긴 공직자는 15명에 이른다.

계약 권한이 있는 단체장부터,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지방의원,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업자와 유착 관계로 연결됐다.

단체장은 업자로부터 청탁 명목의 돈을 받고 자신의 권한을 이용, 공사나 납품계약이 이뤄지도록 했다.

권한은 없지만 영향력을 발휘할 위치에 있는 지방의원은 자신에게 배정되는 교부금으로 시행되는 공사·납품과 관련해 집행부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 계약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체장의 비서실장(비서관)은 본연의 보좌 역할을 뛰어넘어 청탁을 받은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담당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인사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윗선'의 지시나 요구에 그대로 따르거나 직접 청탁을 받고 계약을 도와줬다.

이 같은 불법 유착은 공직사회에 관행처럼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김효남 전남도의원은 지역구인 해남군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수주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무려 4년간(2012∼2016년) 총 2천여만 원을 받았다.

노희용 전 동구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2015년 7월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뒤 아무런 죄의식 없이 업자의 돈을 받았다.

다른 공직자도 업무를 맡은 기간에는 당연한 것처럼 업자의 돈을 받고 업체 선정을 도왔다.

여기에는 공직자와 지연, 학연으로 얽혀 있거나 선거를 도운 브로커들이 다수 개입했다.

브로커는 업자의 부탁을 받고 친분이나 당선을 도운 사실을 내세워 계약을 요구했고 공직자는 이를 들어줬다.

계약이 성사되면 계약금의 20∼40%를 수수료 명목으로 브로커가 가져가는 일도 마치 정상적인 업무인 것처럼 이뤄졌다.

이 같은 불법 유착은 계약 업무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

관급공사나 자재 납품 업체 선정은 공개 입찰 형태로 이뤄졌지만 뒷거래로 소위 '찍어준 업체'가 독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는 업체가 경쟁에 뛰어들더라도 이미 경쟁조차 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업자는 로비 명목으로 쓴 돈을 다시 벌어들이려 공사 대금이나 자재 가격을 올렸고 품질마저 낮추기 때문에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컸다.

광주지검 구본선 차장검사는 12일 "계약 대가로 뇌물을 받은 공직자를 엄벌해 관공서 계약 과정의 투명화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부패 대응 기관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구조적인 유착 비리를 지속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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