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보혁갈등? 몰타 기사단, 주권 외치며 교황에 항명

입력 2017-01-12 16:26
가톨릭 보혁갈등? 몰타 기사단, 주권 외치며 교황에 항명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몰타 기사단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령을 거부하면서 가톨릭교회 내 보수·개혁 세력 갈등이 표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교황이 몰타 기사단이 알브레히트 폰 뵈젤라거 부단장을 해임한 데 조사를 지시했지만, 몰타 기사단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교황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몰타 기사단은 성명을 내 "공식적인 감독으로부터 주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몰타 기사단 구성원은 지난해 말 프란치스코 교황이 승인한 교황청의 조사에 협력하지 않을 법적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뵈젤라거는 그가 감독하는 한 자선단체가 미얀마에서 콘돔 수만 개를 배포한 것을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콘돔 배포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는지 몰랐으며 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중단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메슈 페스팅 단장이 이끄는 몰타 기사단은 뵈젤라거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뵈젤라거가 이를 거부하자 지난달 8일 그를 해임했다.

뵈젤라거는 "단장이 종교적 복종보다 권위주의 정권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항거했다.

논란이 일자 교황은 지난달 22일 특별위원회를 꾸려 뵈젤라거 해임 사건을 조사하도록 했고, 몰타 기사단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몰타 기사단은 본래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서열을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가톨릭 내에서도 대표적인 보수파인 미국 출신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이 몰타 기사단의 사제로 임명되고부터는 개혁 성향의 교황과 갈등을 키워왔다.

버크 추기경은 지난해 9월 다른 보수 성향의 추기경 3명과 함께 교황에게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이혼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도록 요구하는 등 개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그는 교황청 최고법원인 대심원장을 역임했으나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몰타 기사단 사제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해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개혁을 강조하는 교황과 이에 불만을 품은 보수 세력의 갈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몰타 기사단은 통치권을 행사하는 영토는 없지만, 주권 국가로서 교황청을 포함해 세계 106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국 우표, 동전, 여권을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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