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덩치키우는 中 보험사…연애·시간외근무 보험까지 팔아

입력 2017-01-12 15:19
무섭게 덩치키우는 中 보험사…연애·시간외근무 보험까지 팔아

규제당국 "보험상품 팔아 고위험 단기투자 골몰…본업 외면"

WSJ "가입자 보장수단 아닌 이익추구수단 인식도 문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보험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일부 보험사들이 단기 고금리를 약속하는 유니버설 생명보험 상품으로 일반인들의 자금을 끌어들인 뒤 국내 주식이나 해외 기업 인수와 같은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 활용하고 있어 당국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니버설보험은 보험료의 납입과 적립 및 인출이 자유로운 상품으로 유동성과 보장성이 결합된 보험상품이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이를 보험상품이 아닌, 단기예금으로 둔갑시켜 은행예금보다 높은 금리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보험산업은 사회안전망과 장기 투자를 권장하기 위한 당국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덩치를 크게 키운 상태다. 지난 2년간 중국당국이 내준 사업 허가 건수는 30건이었고 200건의 신청서가 승인을 대기하고 있을 정도다.

인터넷을 통한 상품 계약이 늘어나면서 보험료 수입도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먼에 따르면 2015년 업계 전체의 보험료 수입은 20%가 늘어난 3천700억 달러였고 오는 2020년에는 7천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유니버설보험도 이에 동반해 급증하는 추세다. 보험 전문 리서치 회사인 A.M. 베스트에 따르면 중국 보험사들이 유니버설 생명보험을 통해 받은 보험료 수입은 지난해 10월 현재 1천570억 달러로, 2년 전 수준의 3배에 달한다.

유니버설 보험상품을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삼는 것이 위험한 것은 투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보험사들의 유동성이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리서치회사인 윈드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상하이와 선전 증시 상장기업 가운데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2년 전 그 비율은 15%였다.

이 때문에 증시에서 보험사들의 거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만큼 이들의 영향력 또한 커진 상태다.

보험사들이 매수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던 기업의 주가가 불과 며칠 만에 보험사가 처분했다는 발표로 급락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헤지펀드들이 애용하는 수단이지, 보수적인 투자자로 정평이 난 보험사들이 취할 투자 방식은 아니었다.

중국당국은 보험사들의 이런 행태가 본업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류스위(劉士余)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공격적인 자금 조달과 단기 투자에 골몰하는 보험사들을 "야만인들"이라고 표현하면서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그의 비난 발언이 나온 며칠 뒤 증감회는 10개 보험사에 징계 조처를 내렸다. 증감회는 보험사들이 본업으로 복귀토록 할 것을 다짐하고 보험업계가 편법을 자제할 것도 아울러 촉구했다.



보험업계가 과도하게 비대해지면 이미 취약점을 보이는 중국 금융시스템에 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같은 유망사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WSJ은 가입자들이 보험을 장래에 대한 보장수단이라기보다는 이익 추구 수단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차 위반 딱지, 온라인 구매상품의 반송, 교통체증, 항공기 연착, 시간 외 근무 등을 보상해주는 온갖 기발한 보험상품들이 마구 판매되고 있는 것도 본질보다는 급속한 외형 확대에 치중하는 중국 보험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종안 온라인 P&C 보험은 온라인 구매상품의 반송 가능성을 대비하는 보험상품을 판매한 덕분에 불과 3년 만에 일약 유력 보험사의 대열에 낄 수 있었다.

구름이나 스모그 때문에 추석 달을 볼 수 없으면 보상해주는 상품이 나오는가 하면 연애 보험이란 상품도 눈길을 끈다. 이런 것들은 업계의 전통과 상식을 깨는 비 표준적인 상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보험상품은 99위안(14달러)을 내고 가입할 수 있으며 커플이 가입 후 3년 이내에 결혼에 골인하면 299달러의 현금 혹은 작은 다이아몬드로 보상받을 수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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