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납치한 미국·호주인 내세워 트럼프에 포로 석방 요구(종합)
5개월전 납치된 아메리칸대 교수들, 유튜브 공개 영상서 눈물로 구명 호소
(시드니·뉴델리=연합뉴스) 김기성 나확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5개월 전 납치한 미국과 호주인 교수를 내세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미국 정부에 탈레반 포로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주 국적인 티모시 윅스와 미국 국적의 케빈 킹 교수는 11일(아프간 시간) 탈레반이 유튜브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자신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트럼프 당선인과 미국 정부가 탈레반과 포로 교환 협상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 두 교수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자금 지원으로 설립된 카불 아메리칸 대학에서 영어 등을 가르치다가 지난해 8월 7일 대학 근처에서 아프간 경찰관 제복을 입은 괴한에게 납치됐다.
13분 35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두 사람이 납치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수염을 깎지 않고 창백한 모습으로 나타난 두 사람은 지난 1일 영상을 녹화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영상에서 탈레반이 자신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바그람 공군기지와 카불 인근 풀레차르키 교도소에 수감된 탈레반 포로와 교환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윅스는 특히 20일 취임 예정인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 "우리 목숨은 당신의 손에 달려있다"며 "탈레반 수감자들과의 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살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윅스는 시종 울먹이며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다"며 가족들에게 자신의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 쪽에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킹도 "탈레반이 얼마나 더 오래 우리에게 인내심을 보일지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호주 정부는 영상이 공개된 뒤 이들의 요청대로 탈레반과 석방 협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동영상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며 "민간인을 잡아 인질로 붙잡고 있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로,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만 말했다.
호주 외교부도 성명에서 "피랍된 국민 석방을 위해 다른 정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피랍자 안전과 가족의 우려 등을 거론하며 추가적인 언급을 삼갔다.
앞서 미국 관리들은 지난해 9월 미군이 구출 작전을 폈지만, 인질들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간 정부군과 16년째 내전을 벌이고 있는 탈레반은 종종 자국 내 외국인을 납치한 뒤 이들과 체포된 조직원 교환 등을 요구해 왔다.
탈레반은 지난달 19일에도 2012년 아프간에서 납치한 캐나다인과 미국인 부부가 자신들이 풀려날 수 있게 해달라며 양국 정부에 호소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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