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이재용, 차 한잔 못 먹고 조사실로 간 듯(종합)
특검 "박영수 특검, 이재용 안 만났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차 한 잔도 마시지 못한 채 조사실로 직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어떤 절차로 진행됐는지 묻자 "다른 피의자와 똑같이 진행됐고 출석해서 곧바로 조사가 시작된 거로 안다"고 밝혔다.
'조사 시작 전 박영수 특별검사와 면담했느냐'는 물음에는 "특별검사는 이 부회장을 만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재벌 총수로 '중량감 있는 인물'인 이 부회장이 티타임도 없이 조사실로 바로 들어갔음을 특검이 시사하자 이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순실씨도 지난해 11월 처음 검찰에 출석했을 때 향후 조사와 관련해 20분가량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통상의 관례를 깨고 티타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면 특검도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피의자인 이 부회장을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검찰이 지난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조사할 당시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전 수사팀장이 우 전 수석에게 차를 대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취재진과 재벌 구속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항의 속에 이날 오전 특검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 오른 이 부회장이 향한 곳은 17층과 19층에 있는 영상녹화조사실 중 한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특검팀이 공개한 조사실을 보면 한가운데에 네 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다. 구석에는 PC와 프린터, 공기청정기도 각각 한 대씩 있다.
PC 모니터 뒤편 벽면에는 가로 2m, 세로 1m쯤 되는 거울이 있다. 조사실에서는 거울로 보이지만 반대편 방에서는 조사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특수유리다.
이 조사실의 테이블에 특검팀과 이 부회장이 마주 앉는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뇌물공여'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팀장 윤석열(57·23기) 검사와 '대기업 수사 전문가'로 꼽히는 한동훈(44·27기) 부장검사가 직접 조사에 나섰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윤 팀장과 한 부장검사의 앞에 변호인과 나란히 앉았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실에 들어간 변호인은 한 명이지만 삼성 측은 이미 특수통 출신 전직 검사장과 특검보 경력이 있는 변호인을 선임했다.
조사가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진행되는 만큼 양측이 주고받는 말은 모두 녹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녹화조사는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또는 사건 관계인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조사절차의 투명성 및 조사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4년부터 도입됐다. 현재는 전국 모든 검찰청에 영상녹화조사실이 설치돼 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