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1천억弗 펀드 누가 이끄나…도이체방크 출신 은행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일본 인터넷·통신 기업 소프트뱅크가 야심 차게 만든 1천억달러(약 120조원) 규모의 IT 펀드 '비전펀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비전펀드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소프트뱅크, 애플, 오라클, 퀄컴 등이 출자할 예정이며 새 사무실은 영국 런던의 메이페어 지역에 설치된다. 이르면 이달 말 펀드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 대형 펀드를 이끄는 인물이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현재 비전펀드와 관련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은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다.
하지만 수주일 안에 비전 펀드가 공식 출범하면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트레이더 출신인 라지브 미스라(54) 이사가 요직을 맡을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뉴델리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미스라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공학 학위를 받고 1980년대 뉴멕시코주(州)의 로스 앨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 인공위성을 디자인했던 공학도였다.
하지만 이후 메릴린치의 트레이더로 일하며 월스트리트에 발을 들였고, 1996년에는 안슈 자인 전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도이체방크로 이직했다.
이후 도이체방크에서 10년간 일하면서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을 사들이고 재구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덕에 도이체방크는 5천억 달러 규모의 부채담보증권(CDO) 시장에서 초창기부터 활동할 수 있었다.
당시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미스라는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며 별난 성격으로 유명했다. 회의시간에는 씨앗을 씹었고 가늘고 긴 담배를 연달아 태우는 애연가였다고 WSJ은 전했다.
그는 2007년 당시 미국 주택시장 하락에 베팅한 은행가 그레그 리프먼의 상사이기도 했다.
미스라가 도이체방크를 떠나게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이다.
그는 UBS의 채권 사업과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등을 전전하다가 2014년 인도 출신 니케시 아로라 전 소프트뱅크 부사장의 결혼식장에서 손정의 사장을 만나 소프트뱅크에 합류하게 됐다.
이후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 이후에 자금 부족을 막기 위해 스프린트 휴대전화 임대 사업 등 여러 협상을 타결했고, 지난해에는 사우디 고위 관계자와의 끈을 만들어 손 사장과 빈 살만 알사우드 부왕세자의 면담 기회를 얻어내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스라는 비전펀드 출범을 앞두고 월가 출신 인물들로 요직을 채우고 있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사레 로메이와 도이체방크 출신 아크샤이 나헤타, 니자르 알 바삼 등이 초창기부터 비전펀드에 합류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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