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법 속여 182억 빼돌려…'수서발고속철 비리' 26명 기소

입력 2017-01-11 15:37
공법 속여 182억 빼돌려…'수서발고속철 비리' 26명 기소

철도공단·건설사 임직원 등 공사 전 과정서 조직적 범행

(성남=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국책사업인 수서발 고속열차(SRT) 공사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공사공법을 속여 거액의 국가 공사비를 타낸 건설사와 이를 눈감아준 한국철도시설공단 임직원 등26명을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시공사인 두산건설 현장소장 함모(55)씨와 공사를 맡긴 철도공단의 부장 박모(48)씨 등 14명을 구속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두산건설 현장소장 함씨는 2015년 1월∼10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둔전동 일대 SRT 건설공사 제2공구에서 저진동·저소음 공법(슈퍼웨지)을 굴착공법으로 사용하기로 철도공단과 계약했음에도 하도급·감리·설계 업체 임직원들과 짜고 비용이 적게 드는 화약발파 공법으로 땅을 판 뒤 슈퍼웨지 공법을 썼다고 속여 철도공단으로부터 공사비 182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슈퍼웨지 공법은 화약을 이용해 폭파하는 화약발파 공법과 달리 대형 드릴을 사용해 땅을 파는 방식이다. 화약발파 공법보다 진동과 소음이 덜해 주택지 주변 등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화약발파 공법보다 5∼6배 가량 비용이 들고 공사 진행 속도가 더디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등 건설사들은 공법을 임의로 변경한 뒤 서류조작을 통해 이를 은폐했고 감리업체는 계약과 다른 공법이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도 제지하는 대신 오히려 허위 검토의견서를 작성하는 등 조직적·구조적인 비리가 자행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함씨 등은 제2공구 가운데 애초 설계대로 화약발파 공법을 사용해 굴착이 완료된 구간에 대해서도 설계업체와 짜고 슈퍼웨지 공법에 의한 굴착구간으로 설계를 변경해 공사비를 타내기도 했다.

함씨 등이 이렇게 타낸 공사비는 두산건설과 하도급·감리·설계 업체가 공사 참여 지분에 따라 나눠 챙겼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단 부장 박씨는 함씨 등의 범행 일부를 알고도 눈감아주는 대가로 함씨 등으로부터 5천여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모(39)씨 등 철도공단 차장 2명도 함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함께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으로부터 의뢰받아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철도공단 임직원들이 시공사·하도급업체 등과 유착돼 금품을 받고 그 대가로 부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폐해가 만연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범행으로 주요 국가 기간시설공사가 부실시공될 경우 국민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어 앞으로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철도공단에 함씨 등의 범행을 통보해 부당지급된 공사비를 환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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