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경총 회장 "한국 경제, 미증유의 위기 봉착"

입력 2017-01-11 15:05
박병원 경총 회장 "한국 경제, 미증유의 위기 봉착"

"되는 게 없는 나라…자승자박 '규제'때문"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1일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과거 한국은 안 되는 게 없었는데 요새는 되는 게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규제 때문"이라면서 학교 앞 호텔 규제로 무산된 대한항공[003490] 호텔 사업과 문화재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박 회장은 미르재단 모금과정을 지적한 자신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 발언에 대해 "문예위가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발언의 초점은 정부가 문화예술을 육성하려면 별도 재단이 아니라 문예위에 맡기는 게 맞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데 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가 얼마나 존재감이 없으면 (정부가) 그러겠느냐. 단지 문예위 입장에서 항변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역대 정부도 박람회, 올림픽, 청년창업재단 등 다양한 명목으로 기업으로부터 모금했다고 언급하고 "(미르재단도) 그중 하나(one of them) 정도로 생각했다. 발언 초점이 거기(미르재단)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문예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5년 11월 문예위 회의에서 "전경련이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450억~460억원을 내는 것으로 해서 이미 굴러가는 것 같다"고 미르재단 모금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체 위기에 처한 전경련에 대해 "옆집에 불이 났는데 옆에서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스스로 매듭을 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대선 후보들의 재벌개혁 공약에 대해서는 "재벌과 기업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표기업 다수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국민연금이라며 "재벌 일가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재벌가와 대기업을 동일시해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국부 파괴 행위"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경총 중점 과제로 노동개혁과 젊은층 일자리 창출 등을 들었다.

특히 "작년 과제로 제시한 호봉제의 직무·성과급제 전환은 호봉제가 이 땅에서 일소될 때까지 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5월 첫째 주 '황금연휴' 조성에 대해서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해도 쉴 수 없는 업종도 있을 테고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알아서 쉬지 않더라도 개인이 연차휴가를 써야 한다"며 개인이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쓰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2월 회장 임기가 끝나는 박 회장은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오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얘기하면 안 된다"면서도 "절대 그럴(자리를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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