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풀린 '여고생 살인'…"DNA 확보하고도 범인 치밀함에"
"죄질 나쁘고 반성도 없다" 피고인 무기징역 선고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영구 미제로 남을 뻔했던 '나주 여고생 성폭행 살인 사건'의 진실이 16년 만에 밝혀졌다.
범인은 오랜 세월 치밀하게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검경은 이 같은 범인의 주도면밀함에 DNA까지 확보해놓고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로 수사가 다시 시작돼 15년 만에 재판이 이뤄졌고 범인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1년 2월 4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에서 여고생 A(당시 17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A양은 당시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물에 빠져 숨져 있었다.
A양의 몸에서는 성폭행과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을 근거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광주에 거주하는 A양이 나주로 가게 된 경위조차 밝혀내지 못했고 한 달 만에 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 이 사건은 10년이 지난 2012년 전환점을 맞게 된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A양의 체내에서 검출된 체액과 일치하는 DNA를 가진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당사자는 목포교도소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40)씨.
김씨는 2003년 금괴 판매를 미끼로 두 명의 남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가 불충분해 2014년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는 성관계를 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A양이 채팅을 통해 만난 여러 여성 중에 한명이고 살해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검경은 '태완이법' 시행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2015년 재수사에 나섰다.
김씨가 복역 중인 교소소를 압수수색해 소지품을 확보하고 동료 수감자를 전수 조사해 김씨가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확인했다.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김씨가 사건 당일 촬영한 사진을 보관 중이었고 사건 장소를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수사기록 검토와 전문가 재감정을 근거로 김씨와 피해자가 사건 당일 만났고, 김씨가 A양을 성폭행하고 곧바로 살해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를 추가 확보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15년 만인 지난해 8월 김씨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같은 달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시작됐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김씨와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시민 사회와 격리가 필요하고 극악한 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광주지법은 11일 "죄질이 나쁘고 반성하지 않는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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