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 예루살렘으로 옮기면 이스라엘 인정 포기"
팔레스타인 대표 "오슬로협정 기본합의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팔레스타인측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경우, 이스라엘의 존재 근거를 인정한 오슬로평화협정 합의를 폐기할 수 있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고위 평화협상 대표 모하메드 슈타이야는 10일(현지시간) 요르단 강 서안 라말라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간 상호 인정 문제를 재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대응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정치조직인 PLO와 이스라엘은 1995년 팔레스타인 자치와 이스라엘의 존재를 상호 인정하는 원칙적 합의인 오슬로평화협정에 조인했다.
슈타이야 대표는 미국이 장차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도가 될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는 것은 오슬로평화협정 보증국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임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빌 클린턴(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백악관에서 체결된 오슬로협정의 보증국"이라며 "이는 국제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이와 함께 이슬람 국가들이 오는 13일과 15일 각 이슬람 사원과 교회에서 대사관 이전에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대사관 이전 계획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아바스 수반은 서한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병합한 것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은 평화과정과 2국가 해법, 지역 전체의 안정과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강경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0일 취임식 연설에서 대사관 이전을 발표할 것이라는 외교가의 소문에 이어 나왔다.
CNN 방송은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대사관 이전을 계획대로 강행할 뜻임을 "우방국들"에게 이미 통고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1주일 전에는 테드 크루즈 등 미 공화당 상원의원 3명이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 이전을 촉구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공존 구상인 2국가 해법에 반대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는 극우 인사인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주 이스라엘 대사로 임명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발언에 신중을 기해온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최근 들어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슈타이야 대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현안을 다룰 트럼프 보좌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조짐이 부정적"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면 2국가 해법은 끝장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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