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동생·조카, 미국 뉴욕서 뇌물 혐의로 기소(종합2보)

입력 2017-01-11 10:05
수정 2017-01-11 15:36
반기문 동생·조카, 미국 뉴욕서 뇌물 혐의로 기소(종합2보)

경남기업 '랜드마크' 빌딩 매각과정서 50만달러 건네려 한 혐의

공소장 "중동 관리의 대리인 자처한 인물이 50만달러 받아 본인 사용"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동생인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고 미 사법당국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 복합빌딩인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 달러(6억 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한 말콤 해리스라는 인물이 이 돈을 받아갔으나, 이 관리에게 전달하지 않고 본인이 흥청망청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기상씨 부자와 해리스에게 적용된 혐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돈세탁, 온라인 금융사기, 가중처벌이 가능한 신원도용 등이다. 이들 외에 우상(존 우)이라는 인물도 FCPA 위반 모의 혐의로 함께 기소됐으나, 어떤 식으로 가담했는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주현씨는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에서 체포됐다. 반기상씨와 해리스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13년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1조 원을 들여 베트남에 완공한 초고층빌딩 '랜드마크 72'의 매각에 나섰다.

당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이 회사 고문이던 반기상 씨를 통해 그의 아들 주현 씨가 이사로 있던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콜리어스'와 매각 대리 계약을 맺고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콜리어스에는 수수료로 500만 달러(60억 원)를 약속했으며, 빌딩 매각 희망가격은 8억 달러(9천600억 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반기상 씨와 주현 씨는 중동 한 국가의 국부펀드가 이 빌딩의 매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익명의 중동 관리에게 뇌물을 건네는 방법을 택했다.

뇌물은 예술·패션 컨설턴트로서 이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말콤 해리스를 통해 지급됐다.

해리스는 중동 관리한테서 받았다는 여러 통의 이메일을 주현 씨에게 보내줬다. 메일에는 그 중동 관리의 이름도 들어 있었다.

반기상씨 부자는 2014년 4월, 선불로 50만 달러를 주고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별도의 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해리스와 합의했다고 공소장은 밝혔다.

그러나 해리스는 중동 관리와는 관계가 없는 인물로 드러났다. 건네진 50만 달러도 해리스 본인이 사용한 것으로 소장에 나타났다. 브루클린의 고급 펜트하우스 렌트비용 등으로 탕진했다.

공소장에는 해리스가 그 돈을 착복하면서 반씨 부자가 배신당한 것으로 나와 있다.

레슬리 콜드웰 미 법무부 형사담당 차관은 "이들이 행위는 도둑들에게는 명예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며 "2명의 피고인이 정부 관리에게 뇌물을 주려다가 그들의 공범에게도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남기업의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했지만, 반주현 씨는 이 돈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중동 국부펀드의 '랜드마크 72' 인수가 임박한 것처럼 경남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알렸다. 그러나 경남기업은 2015년 3월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성 전 회장은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자원개발 지원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이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중동 국가는 카타르로 알려지고 있다.

반주현씨가 성 회장 측에 제시한 카타르투자청 명의의 인수의향서는 그의 사망 후 위조로 들통났다.

주현씨는 매각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카타르 관리에게서 받은 것처럼 위조하기도 했다.

이 인수의향서가 허위 서류임을 확인한 경남기업은 2015년 7월 반씨를 상대로 계약금 59만 달러(6억5천만 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한국 법원은 지난해 10월 반주현씨가 경남기업에 대해 계약서류 조작에 따른 불법행위를 한 책임을 지고 59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주현씨가 '반기문 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며 반 총장이 매각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처럼 선전하고 다녔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그는 지난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결단코 (반 총장에게) 부탁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한편, 미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FBI는 해외부패를 근절하는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반씨 부자의 범죄가 입증되면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적용된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최고 징역 5년까지 받을 수 있고, 돈세탁 혐의는 최고 징역 20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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