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역관상언등록 연구·탄생 철학

입력 2017-01-11 08:00
<신간> 역관상언등록 연구·탄생 철학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역관상언등록 연구 = 이현주 지음.

조선 인조 15년(1637)부터 숙종 18년(1692) 사이에 역관(譯官)들이 작성한 문서와 지방 수령이 중앙정부에 올린 보고서를 모은 책인 '역관상언등록'(譯官上言謄錄)의 첫 완역본. '상언'은 신하가 임금에게 글을 올리는 일을 뜻한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있는 이 책은 17세기 역관의 인사이동과 처우 개선 문제,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중국에서는 후금이 청나라를 세우면서 명나라를 압박하고,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후손들이 권력을 세습하고 있었다.

역관상언등록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책이 제작됐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역관의 세계를 소개한 뒤 문서 65건을 빠짐없이 번역했다. 각각의 문서에 대한 해설도 충실하게 실었다.

또 역관상언등록에 등장하는 이두 표현도 분석했다. 예컨대 '새 을(乙)'은 목적격 조사 '∼을/를'로 쓰였고, '시곤'(是昆)은 '∼이므로, 이오니'로 사용됐다.

저자는 역관상언등록에 대해 "역관들이 자신의 의견을 냈고 그것이 기록된 사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며 "역사학, 국어학 등에서 조금 더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글항아리. 468쪽. 2만5천원.



▲ 탄생 철학 = 루트거 뤼트케하우스 지음. 공병혜·이선 옮김.

생명공학과 의학의 발달로 생물 복제가 가능해진 시대에 '탄생'에 관한 실존적이고 존재론적인 사유를 정리한 책.

쇼펜하우어 사상을 전공한 독일 철학자인 저자는 서양에서 철학이 탄생보다는 죽음에 초점을 맞춰왔다고 지적한다. 인간을 죽어야 할 운명으로 규정하고 탄생의 의미를 축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탄생 없이는 어떤 죽음도 존재하지 않는다. 탄생은 끝의 처음이며, 실존적인 경험 이전에 속한다"며 탄생을 철학의 중요한 화두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소크라테스, 아우구스티누스, 칸트, 쇼펜하우어의 탄생 철학을 소개한 뒤 출생을 "스스로 새로운 시작을 열 수 있는 능력"으로 비유한 현대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생각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이학사. 22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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