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유망주> ⑪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 금메달 노리는 '썰매 이단아'

입력 2017-01-11 05:00
수정 2017-01-12 18:08
<평창유망주> ⑪ 봅슬레이 원윤종·서영우, 금메달 노리는 '썰매 이단아'

대학시절 우연히 선발전 포스터 보고 도전…세계랭킹 1위 '우뚝'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0년 어느 날, 성결대 체육교육과 4학년생이던 원윤종(32·강원도청)은 학교에 붙은 '썰매 국가대표 선발' 포스터를 봤다.

당시 그는 중·고등학교 체육 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호기심에 선발전을 치렀고, 얼떨결에 합격했다.

약 7년이 흐른 2017년 1월, 원윤종은 과 후배인 서영우(26·경기BS경기연맹)와 함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부문의 금메달 후보로 떠올라 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선수들이 화려하게 장식한 100년 가까운 썰매 역사에서 이 둘은 '이단아'나 다름없다.

2010년만 해도 한국에는 놀이가 아닌 스포츠로서 썰매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그만큼 썰매 불모지였다.

원윤종, 서영우는 열악한 환경에서 외롭게 훈련했다.

국내에서는 마땅한 훈련 장소가 없어 기초 체력 향상에 힘썼고, 국제 대회에 나가서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외국 선수들이 타던 썰매를 중고로 구매해서 썼다.

2011년 7월, 강원도 평창이 꿈에 그리던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남의 잔치로 만들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그동안 관심 밖이던 썰매 종목을 향한 지원이 대폭 늘었다.



봅슬레이는 산속에 만든 1,000~1,500m의 얼음 트랙을 언뜻 보기에 자동차와 비슷한 모양의 썰매를 타고 최고 시속 150㎞에 가까운 속도로 내려오는 종목이다.

원윤종은 앞에서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 서영우는 출발할 때 뒤에서 썰매를 미는 브레이크맨이다.

원윤종-서영우는 대폭 개선된 환경 속에서 일단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착실히 준비했다.

이들은 18위에 올랐다. 비록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지만, 짧은 기간에 이뤄낸 만족스러운 성과였다.

원윤종-서영우는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이라는 중·장기 플랜을 짰다.

두 선수가 하루에 밥을 15공기나 먹어치울 정도로 치열하게 체격을 불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썰매를 미는 힘과 가속도가 중요한 봅슬레이에서는 선수의 몸무게가 곧 경쟁력이다.

물론 그렇다고 살이 뒤룩뒤룩 쪄서는 안 된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눈물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100㎏ 안팎의 근육질 거구로 변신했다.

주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북아메리카컵에 나가 실력을 키운 원윤종-서영우는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한 단계 급이 높은 월드컵에 도전했다.

썰매 종목에서는 올림픽이 가장 급이 높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이 뒤를 잇는다.

월드컵에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 대부분이 출전한다.



원윤종-서영우의 2015~2016시즌은 영광으로 가득했다.

이들은 세계 썰매계에 대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8번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땄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올랐다.

둘은 2015~2016시즌을 세계랭킹 1위로 마쳤다.

2016~2017시즌에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총 3번의 월드컵을 치른 11일 현재도 세계랭킹 1위는 원윤종-서영우다.

원윤종은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이라니, 소름이 끼친다"라고 출전 소감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올림픽에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이제 이들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상상을 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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