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빼앗아간 무대, 블랙텐트로 다시 세웁니다"

입력 2017-01-10 17:42
"블랙리스트가 빼앗아간 무대, 블랙텐트로 다시 세웁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우리의 공공극장은 공적재원으로 운영될 뿐 동시대 국가와 사회 인간에 대해 묻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광장에 극장을 세우고 지워진 목소리, 추방된 이야기를 불러들이고자 합니다. 공공극장이 묻지 않았던 극장의 공공성에 대해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는 광장 한복판에서 끝없이 묻고 물어 답을 구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광장극장 블랙텐트 선언문' 중)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예술검열에 분노한 연극인들이 만든 거리극장인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들어섰다.

이름 그대로 검은색 천막으로 만든 '블랙텐트'는 '시민과 함께하는 임시 공공극장'을 표방하며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던 세월호 희생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 해고노동자 등의 목소리를 담아낼 계획이다.

10일 오후 열린 개관식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연극인들과 일반 시민 등 많은 사람이 텐트를 가득 메웠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배우 명계남씨도 참석해 연극인들을 격려했다.

이해성 광장극장 블랙텐트 극장장(극단 고래 대표)은 "연극인도 광장에서 힘을 보탤 수 없나 고민하던 중 천막극장 아이디어가 나와 진행하게 됐다"면서 "공공극장에서 공공성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보고 공공성의 가치를 바로 세우자는 의미에서 천막극장을 세웠다"고 말했다.

블랙텐트에서는 13일 오후 오픈기념공연을 시작으로 16일부터 매주 월∼금 오후 8시 공연이 열린다.

16∼20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단 고래의 '빨간시'가, 23∼24일에는 세월호 가족들이 시민들의 위로에 보답하기 위해 만든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이 공연된다.

25∼27일에는 마임 공연이, 31일부터 다음달 3일에는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의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개의 국민'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이해성 극장장은 "공연은 박근혜 정부가 퇴진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우선 4주간 공연을 편성했으며 4주씩 다시 공연을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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